트럼프 '지하벙커 피신설' 진실 공방…"점검 차" vs "경호 차"(종합)
미 언론 "시위 격화 속 백악관 지하벙커로 트럼프와 가족들 피신"
트럼프 "점검하러 잠깐 간 것"…'성경 이벤트' 논란엔 "해산 지시 안했다" 주장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신유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위 격화로 지하벙커에 피신했다는 보도에 대해 점검하러 잠깐 갔을 뿐이라며 오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백악관 앞 시위가 격화한 지난달 29일밤 지하벙커로 피신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오보다. 아주 잠깐 갔고 (피신보다는) 점검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고 미 언론이 전했다.
그는 "(지금까지 벙커에) 두세번 갔는데 모두 점검용이었다. 언젠가 (벙커가) 필요할 수도 있다. 낮에 가서 봤다"고 덧붙였다.
앞서 CNN방송을 비롯한 미 언론은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지난달 29일밤 백악관 앞에 집결하자 백악관 적색경보가 발령, 트럼프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지하벙커로 불리는 긴급상황실로 이동해 1시간 정도 머물렀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적색경보가 발령되면 백악관에 아무도 드나들 수 없고 백악관 내 직원의 활동이 최소화되며 대통령과 가족에 대한 보안이 강화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박이 나오자 이를 재반박 하는 언론 보도가 뒤따랐다.
워싱턴포스트(WP)는 4일자 보도에서 전 비밀경호국(SS)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역대 대통령 및 가족들은 백악관 입성 초기에 정기적으로 경호 브리핑을 받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대통령 일가는 비상 상황에서 SS가 취하는 절차에 대해 보고 받고, 위험 시 이동하게 될 장소도 이때 살펴본다는 것이다.
WP는 또 사건 당일인 29일 저녁 7시께 시위대 중 일부가 백악관 근처 재무부 주변을 두른 바리케이드를 잠시 넘어갔으며, 이로 인한 경호 절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들이 지하벙커로 이송됐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폭스 인터뷰에서 자신이 문제의 '교회 방문 이벤트'를 벌인 날 백악관 앞 시위대를 해산시키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마치고 갑자기 백악관 앞 교회를 방문해 성경을 들어 올렸는데 당국이 대통령의 동선 확보를 위해 백악관 앞에서 평화적으로 시위를 벌이던 이들에게 최루가스를 쏘며 해산을 시도하는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비난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교회에) 갈 때 그들(시위대)을 이동시키라고 하지 않았다. 나는 누가 거기 있는지 몰랐다"면서 "그들(당국)은 최루가스를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은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방문 전에 시위대 해산을 지시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방문에는 바 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핵심 참모가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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