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큰 경제적 대가" 홍콩 특별지위 박탈카드…中에 고강도 경고
"일국양제 재평가"…'아시아 금융허브' 홍콩 타격 지렛대로 본토 중국 압박
상무부 對中 추가제재, 의회도 강경 기류…중국 보복 가능성 속 치킨게임 양상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미국은 22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초강수에 맞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재평가 카드를 꺼내 들며 홍콩에 대한 경제·통상 분야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 등 보복조치를 시사, 중국에 고강도 경고를 보냈다.
서방 자본의 대중국 유입 통로이자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홍콩이 입게 될 경제적 피해를 부각하며 이를 지렛대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중국 옥죄기를 가속한 것이다.
미·중간 '코로나19 신냉전' 속에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대중(對中) 고립 작전에 나선 가운데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뇌관'인 홍콩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며 전선을 전방위로 확대하는 양상이다.
또한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 고강도 규제조치에 이어 이날 중국 회사와 기관에 대한 무더기 제재도 발표되는 등 홍콩보안법 강행 등을 겨냥한 미국의 전면적 압박이 이뤄졌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성명 발표나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총출동,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에 강력 반발하며 재고를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전날 '강력한 대응'을 천명하며 "적절한 때에 성명을 내겠다"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은 관련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홍콩보안법 강행이 고도의 자치권에 대한 종말의 전조가 될 것이라며 홍콩의 자치권과 민주적 제도, 시민적 자유 존중이 홍콩의 특수지위를 보전하는 데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콩의 자치권과 자유에 영향을 주는 어떤 결정도 필연적으로 일국양제 및 그 영토의 지위에 대한 우리의 평가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 선임보좌관은 CNN방송 등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중국 경제 및 홍콩 경제에 매우 매우 안 좋을 것이다. 매우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중국의 이번 조치가 외국 자본의 탈출 현상을 초래, 홍콩이 더는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전날 폭스뉴스 방송 인터뷰에서 "홍콩은 다양한 관세 동맹 하에서 자유주의 경제로서 처우받고 있으며 특권들도 누려왔다. 이러한 권리들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경제적 혜택 박탈 가능성을 거론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많은 수단들을 갖고 있다"며 전 세계 동맹 및 우방들도 대응할 것이라며 국제적 반중(反中) 전선 구축도 시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고위 미 당국자들이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이 홍콩의 특별 무역 지위를 위태롭게 하고 투자자들의 철수, 이른바 '외국자본 엑소더스'를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는 "미국이 홍콩산 수출품에 대한 관세 면제를 재고할 것이라는 점을 내비쳤다"고 풀이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제 시선은 미국이 '홍콩이 더이상 중국과 분리돼 대우받아선 안된다'는 점을 입증함으로써 홍콩에 대한 통상 특권에 종지부를 찍을지 여부와 핵심 당국자들에 대해 제재를 할지 여부로 모아진다"면서 홍콩에 대한 무역·통상 특권 박탈은 기업 등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극단적 선택'으로 여겨지는 조치라고 전했다.
미국은 1992년 제정한 홍콩정책법을 통해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대우를 보장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7일 중국의 강한 반발 속에서 서명한 '홍콩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홍콩의 자치 수준을 매년 검증해 홍콩이 누리는 경제·통상의 특별 지위를 유지할지 결정하게 돼 있다.
이와 관련,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일 홍콩이 미국으로부터 받는 특별대우를 지속할 수 있는 정도로 충분한 자치권을 누리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보고서의 의회 제출을 일단 연기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홍콩보안법의 추진 여부를 지켜본 뒤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것이었다.
미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경제·통상 분야에서 부여된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경우 홍콩은 중국 본토와 같은 최대 25%의 징벌적 관세를 부담하는 등 여러 특혜를 포기해야 한다.
홍콩이 특별지위 박탈 등의 철퇴를 맞을 경우 본토인 중국이 입을 타격도 막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자들의 고강도 경고와 별도로 상무부는 이날 대량살상무기(WMD) 및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인권탄압과 관련한 이유를 들어 30여개 중국 회사와 기관을 대거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행정부 외 입법부인 의회 내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강경 대응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짐 리쉬 상원 외교위원장, 코리 가드너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 마르코 루비오 상원 정보위원장 대행 등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최근의 상황은 미국의 홍콩 정책에 대한 중대한 재평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원 외교위의 민주당 간사인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도 중국이 일국앙제를 버리고 기본법을 약화시키며 법적 의무를 위반한다면 미국의 정책적 대응은 홍콩 인권법에서 요구된 대로 신속하고 명확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언론들이 보도했다.
홍콩보안법 제정에 관여한 중국 관리와 단체를 제재하는 법안도 상원에서 초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대선 국면에서 미국내 반중(反中) 정서 확산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도 민주당도 대중 강경 드라이브를 가속하는 흐름이어서 강경책 거론이 엄포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내정간섭이라고 반발하는 중국으로부터 추가 보복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내다봤다. 치킨게임 양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인 셈이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