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중국해서 잇단 작전…중국에 군사적 압박 강화
미 해군·공군, 군함·폭격기 출격으로 존재감 과시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미국이 영유권 분쟁해역인 남중국해에서 잇단 작전을 수행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싸고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을 군사적으로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몇주 사이 남중국해에 잇달아 군함을 파견하고 전략폭격기를 출격하는 등 존재감을 과시하며 중국을 겨냥한 "아주 공개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미국 CNN 방송이 14일(현지시간) 전했다.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배리(DDG-52)가 지난달 28일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인근 해역을, 이지스 순양함 벙커힐(CG-52)이 이튿날인 29일 스프래틀리 군도 인근 해역을 하루 간격으로 통과했다.
미 B-1B 랜서 폭격기도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연속으로 남중국해 인근을 비행했으며, 미 공군은 최근 괌에 B-1B 랜서 폭격기 4대와 관련 장병 200여명을 배치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B-1B가 배치된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 본토와 대만 사이의 좁은 바다로 중국이 자국 '앞바다'로 간주하는 대만해협을 미 구축함 배리가 지난달 23일, 구축함 맥캠벨함(DDG-85)이 이달 13일 통과하면서 중국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남중국해에서의 이러한 미국의 군사적 압박은 중국이 코로나19 발병 초기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중국에 끊임없이 코로나19 확산 책임론을 제기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중국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을 틈타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남중국해 주변국과 전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의 불법적인 영유권을 주장하며 이웃 국가를 압박하는 기회주의적인 행동을 늘리는 것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국 지질탐사선 하이양디즈(海洋地質)가 말레이시아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 옆에서 탐사 활동을 벌이자 미국은 중국이 말레이시아를 위협한다고 판단, 군함과 전투함을 잇달아 파견한 바 있다.
당시 존 아퀼리노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은 "중국 공산당이 동남아시아인들을 석유, 가스, 어업 문제로 괴롭히는 패턴을 끝내야 한다"며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이 지역 자원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 등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는 석유와 가스 등 풍부한 천연자원이 매장돼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해운 항로의 본거지 역할을 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꼽힌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