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10월 종료 '이란 무기금수 제재' 놓고 충돌

입력 2020-05-04 08:00
미-이란, 10월 종료 '이란 무기금수 제재' 놓고 충돌

핵합의서 2020년 10월 종료 약속…이란 "미국, 핵합의에 간섭 말라"

"핵합의 탈퇴한 미국, 금수 제재 연장하려 서명 당사국 지위 회복 모색"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따라 올해 10월 종료하기로 했던 이란에 대한 무기 금수(수출·수입 금지) 제재를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하고 있다.

미국이 이 종료 약속을 무력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다.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3일 자신의 트위터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31호를 회피하고 이란에 대한 무기 금수 제재를 불법적으로 가한다면 핵합의는 영원히 사망할 것이다"라고 경고하는 글을 올렸다.

전날 유엔 주재 이란 대사도 "이란에 대한 무기 금수 제재를 연장하라는 미 관리들의 요구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라며 "핵합의의 의무를 저버린 미국이 이제 와 핵합의의 당사자처럼 굴면서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것은 농담과 같다"라고 비판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2일 "미국은 오랫동안 국방비 지출, 무기 수출, 전쟁 촉발, 분쟁으로 부당이득 얻기 분야에서 세계 1위였다. 전 세계에 무기를 퍼붓는 미국이 보아하니 이란을 너무 우려하는 것 같다"라고 비꼬았다.

이란의 이런 민감한 반응은 미국이 올해 10월 종료될 수 있는 대이란 무기 금수 제재를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내보여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6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핵합의의 서명 당사국으로서 남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2018년 5월 핵합의를 파기하고 탈퇴했지만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이란 등 나머지 당사국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이 핵합의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올해 10월엔 이란이 고대하던 재래식 무기에 대한 무기 금수 제재가 해제될 예정이다.

NYT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비록 핵합의를 스스로 탈퇴했지만 명목상 당사국이라는 점을 주장하면서 대이란 무기 금수 제재를 해제하는 핵합의의 조항을 아예 무력화하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핵합의 당사국이어야만 이란이 핵합의로 한 약속(핵프로그램 동결·제한)을 파기했다고 주장하면서 '스냅백'(제재 원상복구)과 핵합의의 공식 파기까지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이란 무기 금수 제재와 관련한 이같은 핵합의 조항을 무력화하거나 최소한 해제 시한을 연장하려면 핵합의의 틀 안에 당사국으로서 지위를 유지해야 하는데 스스로 탈퇴하는 바람에 이런 자격을 사실상 잃게 됐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핵합의에 다시 발을 담가 이를 회복하려는 법적 근거를 마련중인 셈이다.

핵합의의 이행을 보증한 유엔 안보리 결의 2231호에 따르면 2006년(1737호)과 2007년(1747호), 2010년(1929호) 제재한 이란의 무기 수출입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제하기로 했다.

이란의 핵합의 이행 여부에 따라 핵무기 제조와 연관된 무기, 부품, 기술은 핵합의 채택일(2015년 10월 18일) 8년 뒤인 2023년 10월 18일에, 재래식 무기는 5년 뒤인 2020년 10월 18일에 풀린다.

다만 해제 뒤에도 이란의 재래식 무기 수출입은 사안마다 유엔 안보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는 다른 무기 금수 제재의 예외 거래가 해당 제재위원회의 승인 아래 이뤄지는 것보다 더 엄격한 조건이다.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대이란 특별대표는 유엔 안보리 일부 회원국에 대이란 무기 금수와 관련한 유엔의 제재를 무기한으로 연장하는 초안을 보냈다고 NYT는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에 대해 NYT에 "미국은 이란이 6개월 뒤 재래식 무기를 살 수 있도록 방관할 수 없다"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유엔의 대이란 무기 금수 제재를 종결하는 데 동의하지 말았어야 했다"라고 답했다.



핵합의의 무기 금수 제재 해제를 무력화하려는 미국의 계획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아주 커 향후 안보리에서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유럽연합(EU)과 러시아는 미국이 더는 핵합의의 당사국으로서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란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2개월마다 단계적으로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했다.

이런 조처를 둘러싸고 이란이 핵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벌어지는 점도 무기 금수 제재 해제의 걸림돌이다.

이란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파기했고, 유럽 측이 핵합의로 약속한 이란산 원유 수입과 금융 거래 재개를 이행하지 않아 이에 대응해 핵합의에서 정한 '행동대 행동' 원칙에 따라 단계적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했다고 주장한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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