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만에 모습 드러낸 니카라과 대통령…"코로나19는 신의 신호"

입력 2020-04-17 03:56
34일만에 모습 드러낸 니카라과 대통령…"코로나19는 신의 신호"

74세 오르테가 대통령, 방송 통해 건재 알려…"코로나 사망자 1명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한 달 넘게 공식 석상에서 등장하지 않아 여러 의혹을 불러왔던 다니엘 오르테가(74) 니카라과 대통령이 34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16일(현지시간) 니카라과 언론 등에 따르면 오르테가 대통령은 전날 국영방송에 각료들과 함께 등장해 니카라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등을 전하며 건재를 알렸다.

지난달 12일 중미 정상들과의 화상회의를 끝으로 사라진 지 34일 만이다.

아무런 설명 없던 오르테가 대통령의 부재를 두고 코로나19 또는 다른 지병으로 사망했다는 의혹까지 일기도 했으나 이날 TV 속 오르테가 대통령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니카라과 국기 무늬가 들어간 야구모자를 쓰고,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은 채였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지난달 11일부터 최근까지 니카라과 사망자 1천237명 중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1명뿐이었다고 말했다. 9건의 확진도 모두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니카라과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학교 수업 등을 중단하지 않으며 일상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일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니카라과 의료 체계가 코로나19에 대처할 역량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를 "신의 신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신이 우리에게 이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평화를 향한 변화를 할 기회"라고 말했다.

강대국인 미국이 니카라과 이민자는 물론 자국민에게도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덧붙였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니카라과가 코로나19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자평했지만, WHO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를 비롯한 국제단체들은 니카라과의 느슨한 조치와 불투명한 통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니카라과 정부는 대규모 시위나 행사를 오히려 권장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진단 검사 건수 등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도 전날 설명을 내고 "오르테가 정부는 인권단체들의 권고를 무시한 채 많은 국민의 건강과 목숨을 위험하게 하고 있다"며 "지난 2년간 시위를 억압하더니 놀랍게도 팬데믹 상황에서 오히려 시위를 장려한다"고 꼬집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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