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모스크바서도 사재기…"곡류·고기 매대 텅비어"

입력 2020-03-18 19:18
수정 2020-03-20 16:35
코로나19 확산 모스크바서도 사재기…"곡류·고기 매대 텅비어"

'상점 폐쇄·이동 제한 가능성' 보도에…"당국 발표 불신도 한몫"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가고 있는 러시아에서도 식료품 사재기 등의 혼란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모스크바에 사는 한국 교민 A씨는 17일(현지시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비상식품을 사두려고 시내 서쪽의 대형 생필품 매장 '메트로'에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고기류, 곡류 등이 진열된 매대가 이미 텅텅 빈 데다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1천명 넘게 몰려 줄을 서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메트로뿐 아니라 모스크바 시내 다른 대형 매장인 '글로부스'와 '아샨', 고급 슈퍼마켓 '아즈부카 브쿠사', 중저가 슈퍼마켓 '딕시' 등에서도 시민들의 사재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사재기 현상은 모스크바시의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상점들이 문을 닫고 사람들의 이동도 제한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1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시민들은 시내 구역마다 있는 대형 매장과 슈퍼마켓 등으로 몰려가 주식인 메밀과 빵, 마카로니, 고기, 생선, 야채, 통조림 등의 식료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고 있다.

화장지와 개인위생용품, 세정제, 세제 등도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라면, 쌀, 간장·고추장 등의 한국 상품을 판매하는 모스크바 시내 슈퍼마켓을 찾는 우리 교민들도 크게 늘었다고 한국 상품 유통업체 관계자는 전했다.

대형 쇼핑몰 '아샨' 공보실은 "지난주와 비교해 육류 통조림, 곡물 판매가 2배, 마카로니·설탕·생선 통조림 등의 판매는 1.5배, 화장지 판매는 40%나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 소매기업협회는 "곡물과 통조림 수요가 200%까지 늘었다"고 밝혔다.

수요 급증으로 주요 매장들의 물건이 동나는 것은 물론 가격도 올라가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러시아 정부 당국은 주요 상품들의 재고가 충분한 만큼 사재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소매기업협회는 "상점 매대가 비는 현상은 상품 부족 때문이 아니라 유통 문제 때문"이라면서 "급증하는 수요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상품이 배송 중에 있거나 창고에 있기 때문"이라고 소비자들을 안심시켰다.

심지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이날 코로나19 상황 모니터링 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상품 공급은 충분하며 물건을 사재기할 필요가 없다"고 자제를 당부했다.

하지만 사재기 현상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대한 당국 발표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불안감도 사재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 보건당국 발표에 따르면 17일 현재 러시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14명이다. 수도 모스크바의 확진자는 57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가 다음 달 22일로 예정된 개헌안 국민투표 일정 등을 예정대로 추진하기 위해 전염병 확산 실상을 숨기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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