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국 '입국자 전원 코로나19 검사' 직접 받아보니
'역유입 공포'에 자가격리자까지 검사…2월 이후 입국자 대상
거주 아파트→위생서비스센터→검사→귀가→다음날 결과 통보
검사 전후 기다릴 때는 한명씩 1m 간격으로 노란선에 대기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안녕하세요. 김ㅇㅇ씨, 김XX씨, 김ㅁㅁ씨 댁인가요? 핵산 검사 대상 해외 입국자로 분류돼 내일 왕징(望京)구 위생서비스센터에서 검사를 받으셔야 합니다."
지난 16일 저녁 중국 베이징(北京) 차오양(朝陽)구 위생건강위원회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서 들여오는 차오양구 관계자의 목소리는 친절했지만, 내용은 매우 직설적이고 일방적이었다.
10여 분 설명을 간추려 보면, 일주일 전에 입국해 자가격리 중인 가족들이 혹시 모를 역외 유입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핵산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검사 첫날인 17일로 검사 일정을 배정받은 우리 가족은 당일 아침 아파트 주민자치위원회의 연락을 받고 아파트 정문에 집결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자가격리 중에 급작스러운 검사 통지를 받게 된 당황스러움을 뒤로 하고, 갑자기 이런 조치를 하는 이유에 대해 차오양구 관계자에게 물었다.
이 관계자는 "어제(16일) 기준으로 방역 조치가 바뀌었다"면서 "해외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했기 때문에 최근 해외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실제 최근 중국 내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12일 8명까지 줄었으나 해외 역유입 영향으로 13일 11명, 14일 20명, 15일 16명, 16일 21명으로 '한자릿수'로 되돌리지 못하고 있다.
완전 봉쇄가 된 후베이(湖北) 지역을 제외하고 신규 환자 대부분은 해외 역유입 환자가 차지했다.
자가격리자까지 다시 핵산 검사를 실시하는 이유도 바로 중국 당국의 해외 역유입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자가격리 대상자들은 14일 간 바깥출입이 완전히 제한되며 식료품 등도 온라인 주문을 하면 자치위원회에서 집 앞까지 배달해 주고 있어 외부 접촉이 철저히 차단된다.
기자의 가족도 지난 10일 귀국한 이후 단 한 차례도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날이 밝고 예고한 대로 오전 8시30분께 아파트 자치위원회의 전화가 걸려왔다.
아파트 자치위원회 관계자는 "오전 9시20분까지 검사 대상자들은 정문으로 나오면 된다"는 짧은 통지를 전달했다.
자가격리 기간이라 출입이 금지된 상태였지만, 정문 경비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간다"라는 말을 건네자 군소리 없이 아파트 출입문을 열어줬다.
정문 앞에는 한국으로 치면 보건소에 해당하는 왕징구 위생서비스센터 직원이 검사 대상자 명단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
시간대별로 대상자들이 모이면 7인승 승합차에 태워 위생서비스센터로 실어 나르는 시스템이었다.
기자의 가족 4명과 또 다른 대상자 한 명은 위생서비스센터 직원의 인솔에 따라 오전 9시20분을 조금 넘겨 지각한 두 명의 대상자를 놔둔 채 이동했다.
차량은 평소 환자를 이송하는 의료용 차량 같았지만,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내부 의료 설비를 모두 제거한 상태였다.
감염자를 찾기 위해 동원된 차량치고는 위생 상태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안내를 맡은 직원은 해외 입국자 전원이 검사 대상자냐는 기자의 질문에 "2월 이후 입국자는 모두 검사 대상자"라면서 "우선 최근 입국자를 검사한 뒤 순차적으로 2월 입국자를 대상으로 검사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검사 시설은 구역별로 임시 천막 형태로 설치가 됐고, 검사 대상자가 많기 때문에 며칠에 걸쳐 검사가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직원과 대화를 나누며 차로 5분 남짓 이동하자 우리가 배정받은 왕징구 위생서비스센터에 도착했다.
앞서 검사를 받은 사람들은 우리가 도착하자 별도의 출구로 빠져나가 우리가 타고 온 차를 타고 거주지로 돌아갔다.
임시 검사소인 파란색 천막에는 방호복을 입은 검사 요원 2명이 자리하고 있었고, 천막 앞쪽에는 직원 4∼5명이 검사 대상자들의 동선을 안내했다.
한 번에 최대 6명을 검사하기 때문에 대기 시간은 길지 않았다.
순번대로 천막 안으로 들어가 검사 요원의 지시에 따라 입을 벌리면 의료용 면봉으로 인후 쪽에서 검체를 채취했다.
한명당 채취 시간은 2분 안팎이었다.
검사를 기다릴 때나 검사가 끝난 뒤에는 한명씩 1m 간격으로 바닥에 표시된 노란색 대기 안내선에 맞춰 서서 대기해야 했다.
왕징구는 한인이 집단 거주하는 지역이어서인지 모든 동선에 한글 안내판이 설치돼 있었다.
안내를 맡은 직원들은 불안해하는 검사 대상자의 질문에 세세히 답하는 등 친절한 태도를 유지했다.
검사 결과는 검사를 받은 다음날 개별 연락해 통보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검사 비용은 당국이 부담한다.
검사가 끝난 뒤 귀가할 때도 위생서비스센터로 타고 온 차를 타고 이동했다.
검사 시간은 짧았지만, 차량이 위생서비스센터당 한 대씩 배정됐는지 차량 대기 시간이 무척 길었다.
40분 정도 기다리자 차량이 도착했고, 다음 검사 대상자들이 검사소로 들어가고 난 뒤 차량에 탑승할 수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검사 대상자들이 타고 내리는 차량을 매번 소독하지 않았다.
검사 대상자인 한 교민은 "이미 자가격리한 지 일주일이 넘었는데 이런 검사를 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괜히 검사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될까 더 걱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당국이 해외 역유입 차단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광경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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