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원격의료] ② 대구·경북 위기 속 '구원군'…아직은 '찬반' 격론

입력 2020-03-13 06:03
[코로나19 원격의료] ② 대구·경북 위기 속 '구원군'…아직은 '찬반' 격론

의료계 반대로 번번이 무산…"코로나19 사태로 재논의 계기 될 것"

의사협회 "실질적인 혜택 줄 수 없는 모니터링 수준 불과"

복지부 "감염병 상황 속 의료인·환자 보호 조치…그 이상 논의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서울대병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처음 시행하면서 의료계의 해묵은 '원격의료' 논쟁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서울대병원은 이번 원격의료가 코로나19 사태로 환자가 급증한 대구·경북지역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문경 인재원을 생활치료센터로 마련하면서 대안으로 준비됐지만, 나름 성공적인 첫발을 뗐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이 시스템을 '재택의료'라고 표현했다.

김 병원장은 "대구와 경북지역에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는 재난의료 현장에 원격의료 시스템을 적용해 재택의료를 완벽하게 구현했다"면서 "원격의료가 국가 위기에서 재택의료로 새롭게 진화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의료 허용 여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본다.

원격의료는 상호 작용하는 정보통신 기술 등을 이용해 원거리에 의료 정보와 의료 서비스를 전달하는 진료, 처방 등 모든 활동을 칭한다.

현행 의료법상 국내에서는 환자와 의사가 직접 만나지 않고 진료 상담, 처방하는 원격의료는 원칙적으로 금지돼있다.

그동안 정부가 수차례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도해왔으나 번번이 의료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해에는 강원도 원주의 동네의원 한 곳이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가 중단하면서 사실상 사업 자체가 좌절됐다.



그러나 국내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4일부터 전국 의료기관에서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처방을 허용했다.

과거 도서·벽지 등에서 시행하던 원격의료 시범사업에서 단순 상담만 가능케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진단은 물론 의약품 처방도 가능케 했다. 의료기관이나 질환 종류에 제한 없이 의사 재량껏 판단해서 진료하면 된다.

이에 따라 의료계 안팎에서는 정부가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인정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국내에서 정체돼 있던 원격의료 논의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전날 정부에 코로나19 사태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원격의료를 전면 확대 시행하자고 제안하는 등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진 상황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감염병 사태로 원활한 의료서비스에 제동이 걸린 데 따른 조치"라면서도 "원격의료를 누구에게 어떻게 제공하고 시행할지를 다시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여전히 원격의료에 부정적이다.

의협은 정부의 전화 상담·처방에 대해 의료진의 적절한 초기 진단을 막고 치료의 기회를 놓치게 할 위험이 있다며 전면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번 조치가 원격의료 허용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경계하고 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원격의료 허용 후 100명 중 1명만 잘못되더라도 그 파장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게다가 현재 시스템으로는 단순히 의료기기를 활용한 모니터링 수준밖에 되지 않아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도 않는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안팎에서 논란이 벌어진 사이 정부는 한발 물러서 한시적 조치라고 선을 그었다. 원격의료는 의료법상 금지된 부분인 만큼 그 이상은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김국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원격의료 논란은 있을 수 있겠으나 감염병 상황 속 만성질환자 등에게 안전하고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한시적 조치"라며 "지금은 이 제도를 잘 운용해서 의료인과 환자 모두를 감염병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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