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정상 병목 현상' 올해도 계속될 듯
NYT "당국, 안전대책 시행 연기"…산악계 "정부 수입감소 우려로 미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등반가의 목숨을 위협해온 에베레스트(8천848m) 정상 부근 '병목 현상'이 올해도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8일 보도했다.
케다르 바하두르 아디카리 네팔 문화관광항공부 차관은 병목 현상 개선을 위한 안전대책 도입 상황과 관련해 "오는 4월부터 5월까지 계속될 올해 등반 시즌에는 이 대책이 시행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디카리 차관은 "관련 안은 국방부, 법무부, 재무부 등 다른 정부 기관으로부터 아직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라며 "검토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책 내용과 관련해 원정대 운영자 측의 의견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산타 비르 라마 네팔산악협회장은 대책 도입이 연기되는 주요 이유는 네팔 정부의 어려운 재정 상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등반가의 수가 줄어들면 재정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네팔 정부가 우려한다는 것이다. 네팔 정부는 에베레스트 등반 허가 비용으로 1인당 1만1천달러(약 1천300만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팔 당국은 지난해 381명에게 에베레스트 등반 허가를 내줬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366명과 346명이 등반 허가를 받았다.
앞서 작년 봄 등반 시즌에 에베레스트에서는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희생자 중 상당수의 사인으로 정상 부근 '병목 현상'이 지목됐다.
등반가가 좁고 가파른 정상 부근에서 여러 시간씩 기다리다가 산소가 동나고 체력이 소진된 탓에 하산 과정 등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비좁은 정상에 수십명의 등반가가 몰려 '셀피' 인증 촬영 소동을 벌이는 등 마치 동물원과 같은 무법 상황이 연출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네팔 당국은 등반허가증을 남발해 초보자에게 에베레스트 등정의 길을 터줬다는 점에서 비난받았다. 불량 산소통 등에 대한 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네팔과 중국 국경에 위치한 에베레스트는 네팔과 중국 양측에서 등반이 이뤄지고 있는데 중국 측 등반 허가와 안전규정이 더 까다로운 편이다.
보도가 나온 뒤 네팔 정부는 아마추어 산악인의 무분별한 등반을 막기 위해 안전 규정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에베레스트 등반을 원하는 이에게 병력(病歷) 서류, 건강진단서, 보험 가입서, 고봉 등반 경험 증빙 서류 등을 제출하게 해 등반 가능 여부를 미리 판단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관련 승인 절차가 늦어지면서 올해도 등반가들은 작년과 같은 상황 속에서 에베레스트를 올라야 하게 됐다.
올해 안전대책 도입이 어려워진 상황과 관련해 아디카리 차관은 "올해는 '교통 체증'이 없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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