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식품 품절에 알뜰소비 '선반 파먹기' 유행
건강기능식품 유통기한 문의 급증…라면·간편식 공장 '풀가동'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사놓고 선반에 쌓아둔 음식이 그대로 있다는 걸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유통기한 확인하고 괜찮으면 이번에 다 먹으려고요."
회사원 A씨는 최근 온라인몰에서 자신이 찾던 신선식품 상품이 품절되자 그동안 먹지 않고 집안에 보관해둔 음식으로 눈을 돌렸다.
그런 식료품이 제법 많다는 것을 떠올리고 부엌 선반 정리에 나선 것이다.
A씨의 '작심'은 수 년 전 알뜰 소비의 대명사로 통했던 '냉장고 파먹기'를 연상시킨다.
식비를 줄이기 위해 새로 장을 보지 않고 냉장고 속에 방치된 남은 음식이나 식재료만으로 요리하는 '냉장고 파먹기'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선반 파먹기'로 버전을 바꾼 셈이다.
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형마트와 온라인몰 등에서 여러 식품이 잇따라 동나자 A씨와 같은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정관장 홍삼을 판매하는 KGC인삼공사에는 최근 홍삼을 비롯한 건강기능식품의 유통기한 관련 문의가 급증했다.
지난달 20~29일 열흘간 건강기능식품 문의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가량 늘었고, 실제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면역력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졌다"면서 "사두고 먹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을 언제까지 먹어도 되는지 문의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전염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외출을 꺼리는 경향 속에서 유통기한이 긴 식품들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장기화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가정에서 오랜 기간 보관할 수 있는 식료품이 선호되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라면, 즉석밥, 간편식 등은 곳곳에서 '사재기'가 목격될 만큼 수요가 대폭 늘었다.
생산업체들은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공장을 24시간 풀가동 중이다.
농심은 최근 라면 공장의 생산 체제를 기존 16시간에서 24시간으로 전환하고 생산량을 30%가량 늘렸다.
CJ제일제당도 지난달 말부터 즉석밥 햇반과 간편식 비비고를 생산하는 공장을 주말에도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들 업체는 물류 시스템까지 비상체제에 돌입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업계는 단기적인 매출 증가를 예상하면서도, 이 같은 흐름을 호재로 받아들이지는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극심한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이 계속될 경우,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유통기한이 긴 제품은 일시적으로 한꺼번에 많은 물량이 팔리고 나면, 당분간 수요가 정체되는 양면성이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업체들도 비상 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앞으로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어 걱정이 크다"며 "하루라도 빨리 사태가 종식되고 시장이 정상을 되찾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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