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개개인이 방역 주체…"'사회적 거리 두기'로 확산 차단"

입력 2020-02-27 06:00
수정 2020-02-27 07:13
국민 개개인이 방역 주체…"'사회적 거리 두기'로 확산 차단"

전문가들 "코로나19 초기 감염력 강해 촘촘한 방역망만으론 봉쇄 불가"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한 달가량의 역학조사와 환자 발생 양상을 보면서 가장 곤욕스러웠던 것은 코로나19가 감염력이 굉장히 높고 전파속도가 너무나 빠르다는 겁니다. 증상을 의심해서 검사할 단계면 벌써 잠복기 3~4일이 지나서 2차 감염자가 생길 정도로 빠릅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정은경 본부장이 26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특성을 거론하며 내놓은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지 38일째인 26일 환자 수는 1천 명을 넘어섰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1천261명에 달한다. 확진자 중 사망자는 12명이다.

신종플루 때는 2009년 5월 2일 첫 환자가 발생한 뒤 81일만인 7월 22일 확진자 수가 1천명을 넘었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신천지대구교회 '슈퍼전파' 사건을 고려해도 신종플

루보다 전파 속도가 빠르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경우 2015년 5월 발생 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병원을 중심으로 186명의 환자가 발생했을 뿐이다.

◇ 종교시설-의료시설-가정 등에서 전파

이렇게 코로나19의 감염 속도가 빠른 것은 초기 증상이 경미한 상태에서도 감염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환자는 자신이 감염된 줄도 모르고 평소와 같이 일상생활을 하다가 비말(침)을 통해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옮긴다. 게다가 증상 초기에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은 것도 감염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의 비말전파 특성으로 인해 신천지대구교회와 경북 청도 대남병원, 부산 온천교회 등 사례에서 드러나듯, 종교행사나 일부 집단시설을 중심으로 닫힌 공간에서 밀접한 접촉이 있을 경우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초기환자 사례에서는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아는 사람이나 같이 사는 가족 간에 함께 식사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일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 사람은 경증으로 앓고 짧으면 2주, 길어도 3주 이내에 완치되지만, 면역기능이 떨어져 신체 상태가 취약한 환자나 고령자, 지병을 앓던 사람 등은 중증으로 발전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실제로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대부분은 정신병원에 오래 입원해있었거나 고혈압, 당뇨 등 지병을 앓고 있었다.



◇ '사회적 거리 두기'로 스스로 격리하고 조심해야

이처럼 코로나19는 굉장히 잠복기가 짧고 초기에 전염력이 강해 방역 당국이 아무리 방역망을 넓고 촘촘하게 펼쳐도 완전히 봉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게다가 신종플루 때는 말이 '신종' 플루이지 'H1N1'이라는 기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서 대유행으로 간 상황이어서 일반 국민도 어느 정도 부분적인 교차 면역이 있었고, 더욱이 비축해놓은 치료제(항바이러스제)와 백신이 있는 등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치료제도 백신도 없어 어려움을 가중한다.

이런 한계 속에서 자칫 집단발병으로 빠르게 지역으로 확산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역 당국과 감염병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국민 개개인이 방역의 주체라는 생각으로 공동체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즉, 발열·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되도록 등교나 출근 등을 자제하고 가정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하고, 실내 종교행사 등은 최대한 자제하며, 65세 이상 노인과 임신부, 만성질환자는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 방문을 삼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식사를 겸한 미팅도 당분간 중단하고, 특히 결혼식 뷔페는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고 권고한다.

이른바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로 불리는 이런 대응 방식은 말 그대로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최대한 거리를 둬서 전파를 막는 전통적인 감염병 대응 방법이다.

정부가 지난 23일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수위인 '심각'으로 올리면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의 2020학년도 개학을 3월 9일로 일주일간 연기하는 초유의 조치를 단행한 게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도 이런 사회적 거리 두기 방식을 집중적으로 실시해 효과를 보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접촉자는 자가격리 또는 별도의 격리시설로 보내 격리하며, 춘제(중국의 설) 행사를 포함한 다수의 군중 모임을 중단하는 등 사실상 모든 대응 조치를 사회적 거리 두기 달성에 주안점을 두고 시행하고 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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