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소비심리 7.3p ↓…메르스때 낙폭과 같아

입력 2020-02-25 06:00
수정 2020-02-25 09:41
2월 소비심리 7.3p ↓…메르스때 낙폭과 같아

2008년 조사 이래 세 번째 낙폭

"10~17일 조사돼 코로나19 국내 심각 상황 덜 반영"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지표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마저도 국내서 확진자 수가 급증하기 이전에 조사된 지표여서 코로나19가 소비심리에 가한 타격은 아직 온전히 드러나지 않은 셈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9로 한 달 전보다 7.3포인트 급락했다. 낙폭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한 2015년 6월과 같았다.

다만 이 조사는 확진자가 급증하기 전인 2월 10∼17일 이뤄진 만큼 확산 추세에 변화가 없다면 3월 소비심리지수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구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이달 20일부터다.

이번 달 소비심리지수 낙폭은 2008년 조사 시작 이래 세 번째로 크다.

1위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0월(-12.7포인트), 2위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2011년 3월(-11.1포인트), 3위는 2015년 6월 메르스 때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올해 2월이다.

2015년 메르스 때는 6월 소비심리지수가 7.3포인트 내린 뒤 7월부터 반등하기 시작해 상승세가 11월까지 이어졌다.





코로나19가 더 퍼질 수 있다는 우려에 소비심리는 잔뜩 위축됐다. 지난 설 명절 이후 전통시장, 대형마트, 백화점, 복합쇼핑몰에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많이 줄어든 상태다.

지수를 구성하는 세부 항목들이 큰 폭 하락한 것은 물론 취업기회, 임금, 물가상승률, 금리 수준 등에 대한 전망이 전방위적으로 나빠졌다.

소비지출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와 가계수입전망 CSI는 4포인트씩 내리며 각각 106, 97을 나타냈다.

경제 여건에 대한 심리에도 먹구름이 꼈다.

소비자들이 지금 경제상황을 어떻게 보는지를 나타내는 현재경기판단 CSI는 12포인트 급락한 66이었다. 향후경기전망 지수도 11포인트 하락한 76을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는 셈이다.

현재생활형편 지수는 2포인트 내린 91, 생활형편전망 지수는 4포인트 떨어진 93으로 가계의 재정상황에 대한 인식도 나빠졌다.

취업기회전망 지수는 7포인트 빠진 81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임금수준전망 지수는 3포인트 내린 116, 금리수준전망도 3포인트 떨어진 92였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경기 관련 지수가 하락한 가운데 가계 재정 상황에 대한 인식도 나빠졌다"며 "조사가 17일까지였기 때문에 국내에서 상황이 심각해진 부분은 반영이 덜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1년간의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0.1%포인트 하락한 1.7%로 역대 최저 수준인 지난해 12월 수치와 같았다.

지난 1년간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인 물가인식은 한 달 전과 같은 1.8%였다.

j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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