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원화 하락, 신흥국 3위…위안화·엔화·유로화 동반 약세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정수연 기자 = 올 초 달러당 1,150원대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이 어느새 1,200원대로 뛰어올랐다. 원화는 세계 주요 신흥국과 비교해도 가치 하락폭이 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중국 경기 둔화와 국내 확진자 급증에 따른 소비 부진이 겹쳐 외환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원화를 팔아치운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현재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작년 말보다 4.6% 떨어졌다. 달러당 1,156.4원에서 1,209.2원으로 53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원화 가치 낙폭은 경제 규모가 큰 신흥시장 10개국(한국·중국·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아르헨티나·멕시코·러시아·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중 3번째로 컸다.
브라질 헤알화(-8.6%)와 남아공 랜드화(-7.4%) 다음으로 낙폭이 컸다.
원화 가치가 유독 많이 떨어진 것은 중국 경기둔화, 중국산 부품 수입 차질 우려, 국내 소비부진 등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겹친 탓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사스와 메르스의 부정적 영향이 합쳐진 상황"이라며 "대(對)중국 수출이 준 데다 중간재 공급 차질에 생산이 어려워지고, 소비도 감소하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6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은 한국에 집중됐기 때문에 국내 민간소비가 부진했으나 글로벌 경기 동반둔화 우려는 덜했다. 반면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에는 중국, 홍콩, 싱가포르 경제가 부진에 빠졌으나 국내 확진자는 없었다.
신흥국 통화만이 아니라 유로화, 엔화 등 선진국 통화도 약세다.
지난 18일 유로화 환율은 1유로당 1.07달러로 떨어져 2017년 4월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에 최저가 됐다.
하루 뒤인 19일에는 엔화 가치가 1.29% 폭락했다. 통상 투자심리가 나빠지면 안전자산인 엔화가 강세를 보이지만 일본이 또 역성장한다는 우려가 나오며 엔화가 약세 흐름을 탔다. 무려 1조5천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굴리며 금융·외환시장의 빅 플레이어로 통하는 일본 정부연금투자펀드가 달러 자산 투자를 늘린다는 전망도 배경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중국과 생산 네트워크 때문에 아시아 주요국과 유럽 경제도 타격을 받지만, 미국은 여파가 덜하다는 전망이 나온다"며 "이에 주요국 통화도 약세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여파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저우 하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는 중국 성장세와 위안화 가치에 모두 부정적이라며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가 7.2위안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민 연구원도 "3월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된 중국 경기지표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며 "3월 말∼4월 초께 1,23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달러가 빠져나가면 원/달러 환율이 오르기 때문에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 둔화도 환율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앞서 올해 원/달러 환율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예상했던 일부 금융기관도 최근 전망치를 수정했다.
KB증권은 종전 연평균 원/달러 환율을 1,160원으로 봤으나 1,164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대신증권, 교보증권 등은 종전 연간전망을 하향조정, 1,165원으로 각각 전망했다.
[표] 주요 신흥국 환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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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2월 21일 │2019년 12월 30일│달러 대비 통화│
│ │││가치 변화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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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원 │1,209.2 │1,156.4 │-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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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 │7.0254 │6.9863 │-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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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루피아 │13,707.5│13,950.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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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루피 │71.68 │71.42 │-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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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페소 │18.85 │18.84 │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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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헤알 │4.39│4.04│-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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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페소 │61.77 │59.82 │-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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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루블 │64.17 │62.16 │-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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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리라 │6.10│5.95│-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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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랜드 │15.10 │14.06 │-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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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중국 위안화 환율은 뉴욕 종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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