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취업자 57만명 늘었지만 51만명은 60대 이상

입력 2020-02-12 12:20
수정 2020-02-12 13:38
1월 취업자 57만명 늘었지만 51만명은 60대 이상

(세종=연합뉴스) 이 율 이대희 기자 = 1월에 취업자, 고용률, 실업률 등 3대 고용지표가 개선 흐름을 이어가면서 새해 첫 고용성적표가 선방했다.



취업자가 56만8천명 늘어 65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했지만, 늘어난 취업자 중 50만7천명은 60대 이상에 집중된 것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제조업 취업자는 22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지만, 우리 경제의 허리 격인 40대 취업자 감소세는 이어졌다.

앞으로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영향으로 서비스업 등 고용에 영향이 나타날 것으로 정부와 경제전문가들은 우려했다.

◇ 늘어난 취업자 56만8천명 중 50만7천명은 60대 이상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을 보면, 1월 취업자수는 전년동기 대비 56만8천명 늘어 65개월 만에 최대폭 늘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0.0%로 1983년 통계작성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실업률도 1년 전보다 0.4%포인트 하락한 4.1%를 기록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활력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1월에도 취업자수, 고용률, 실업률 등 3대 고용지표가 모두 크게 개선되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한 고용회복 흐름이 더 견조해지는 모습"이라며 "양적 측면 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개선세를 이뤘다"고 말했다.

다만 늘어난 취업자 중 89%인 50만7천명은 60대 이상에 집중됐다.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폭은 1982년 7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컸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급증한 배경에는 정부의 재정일자리 사업이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재정일자리 사업 개시 시기를 기존 3월에서 1월로 앞당겼다.

홍 부총리는 "재정일자리 조기집행을 통해 고령자 등 취약계층 고용과 민생여건 개선에 기여했다"면서 "통상 1월은 재정일자리 사업 준비기간으로 취약계층 일자리 어려움이 가중되는 시기이지만, 올해는 지난해 12월부터 사전에 준비해 조기에 사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반면에 40대 취업자는 8만4천명 감소해 전 연령대 중 유일하게 감소 행진을 이어갔다. 40대 취업자는 2015년 11월 감소세로 돌아선 뒤 50개월째 줄고 있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취업자는 8천명 늘어 22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건설업도 지난달 5천명 늘면서 5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홍 부총리는 1월에 재정일자리 사업 효과가 집중되는 보건복지·공공행정 업을 제외한 취업자 증가도 38만9천명으로 40만명에 육박한다며 최근 고용회복의 상당 부분이 민간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기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정부 재정 일자리 영향으로 취업자가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취업자 증가세가 60세 이상에 집중되고, 우리 경제의 허리 격인 40대가 줄어드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취업자가 56만명 늘고, 실업률이 낮아지고, 고용률이 높아진 데다 제조업에서 고용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60대 이상 고용이 집중적으로 늘어난 것은 임시적이고, 재정에 의한 것이니 부정적 측면"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 "신종코로나, 서비스업 고용 이미 영향권…다른 산업도 우려"

정부와 전문가들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영향이 이번 달 고용지표부터 반영되면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홍 부총리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영향으로 서비스업 등 고용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커서 향후 고용여건은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전문가들은 신종코로나 사태가 단기적으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에 이미 타격을 줬으며, 확산세에 따라 다른 산업 공용에도 추가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고용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여행업계와 음식·숙박업 신규취업자가 줄고, 실업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달 발표될 2월 고용동향부터 본격적으로 반영이 될 것이며 당연히 좋지 않은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며 "내수가 악화하면서 고용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 다른 전염병을 보면 3개월 정도 지속했지만, 신종코로나는 가까운 중국에서 전염이 확산하고 있는 점 때문에 지속 기간을 예단할 수 없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엄상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재 시점으로 단기 충격은 확실히 있다고 본다"며 "지금까지 고용이 서비스업 위주로 괜찮은 모습을 보였는데 신종코로나는 정확히 이 부분을 타격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예술·스포츠·여가 등 서비스업은 관광객,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작년 하반기부터 늘어나면서 호조를 보였기 때문에, 관광객 감소에 따라 걱정이 되는 부문"이라며 "만약 신종코로나 영향이 중기나 장기까지 이어진다면 제조업 등 다른 산업까지 고용 악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2월 고용동향은 기술적으로 보면 작년 1월보다 2월이 취업자 증가 폭이 컸기에 기저가 다르고, 신종코로나 등의 영향도 나타나면서 취업자 증가 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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