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 끝난 미 본격 대권경쟁…'포스트탄핵 여파' 대선영향은

입력 2020-02-06 08:26
탄핵정국 끝난 미 본격 대권경쟁…'포스트탄핵 여파' 대선영향은

면죄부 받은 트럼프 거침없는 행보 맞서 민주 '불복·총공세' 전망

민주 하원서 '태풍의 눈' 볼턴 소환 등 검토…대선 '기싸움' 예고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 정가를 격랑 속으로 몰아넣은 탄핵심판이 5일(현지시간) 끝나면서 정치권은 본격적인 대권 경쟁 국면에 진입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논란에 휘말리며 미 역사상 하원 탄핵소추를 당한 세 번째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지만, 4개월여만에 상원의 무죄 결정으로 탄핵 족쇄에서 벗어났다.

3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가운데 공화·민주 양당의 선거전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의 경우 헌법상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느냐에 대한 심판에서는 자유로워졌지만 '탄핵심판대에 오른 대통령'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후유증은 지속할 전망이다.

하원 탄핵소추부터 상원 탄핵심판에 이르기까지 정치권은 물론 국민까지 '탄핵 대 반(反)탄핵'으로 첨예하게 나뉘어 국론이 극심한 분열을 보였다는 점에서다.

CNN은 "탄핵심판은 끝나지만 여진이 미국을 뒤흔들 것"이라며 상원의 무죄 선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국가적 악몽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의 정치적 기질과 대선을 앞두고 백악관을 차지하려는 양당의 싸움을 고려할 때 분열된 국가를 화해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목소리는 없을 것 같다고 CNN은 전했다.

워터게이트 의혹으로 하원 탄핵 결의 전에 자진 사임한 리처드 닉슨의 뒤를 이은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오랜 국가적 악몽은 끝났다'고 선언하며 갈등 봉합에 나섰지만, 트럼프에게서 그런 행동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전날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도 현실로 나타났다.

그는 연설에서 치적을 자랑했지만, 이렇다 할 화합과 통합의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연설 도중 공화당 의원들은 함성과 박수로 화답한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갈등의 골은 트럼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립으로 정점을 찍었다.

연단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에게 원고를 건네자 펠로시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지만 트럼프는 이를 무시하고 등을 돌렸다. 연설이 끝나자 이번에는 펠로시가 트럼프의 뒤에서 원고를 쫙쫙 찢어 던지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는 탄핵 정국에서 양측의 분열상이 드러난 상징적 장면으로 남았다.



거세게 충돌한 공화당과 민주당은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는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다수의 힘'으로 탄핵 심리를 속전속결로 마무리하는 데 성공했다.

로이터통신은 공화당이 재판을 신속히 진행해 재선 도전에 나선 대통령에게 미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썼다고 평했다.

초반 제기된 민주당의 증인 채택 요구를 공화당이 차단, 심리는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됐지만, 막판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문제가 돌발변수로 떠올랐다.

의혹을 뒷받침하는 그의 출간 예정 회고록 내용이 일부 알려지면서 증언 요구 목소리가 커졌지만, 공화당 지도부가 '집안 단속'에 나서 결국 증언은 무산됐다.

총력전에 나선 민주당의 경우 일단 탄핵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공화당이 53석으로 상원을 장악한 구도에서 소수당인 민주당이 탄핵 요건(전체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채우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예정된 실패'였다.

득실면에서 민주당은 트럼프에게 '세 번째 탄핵 추진 대통령'의 불명예를 안기며 존재감을 보였다는 데 일단 만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관련한 의혹들의 불씨를 계속 살려가며 반(反) 트럼프 진영 결집의 동력으로 활용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실패가 예견된 싸움에서 결정적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채 트럼프 진영의 결집만 강화하게 할 수 있는 상태로 탄핵 정국이 종결된 것은 향후 대선 레이스에서 민주당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탄핵 절차가 끝나면서 대선 국면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주목된다.

면죄부를 얻은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을 향해 지난 대선 패배를 엎으려는 '마녀사냥'을 그만두라는 공세를 펴면서 재선 가도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탄핵 혐의가 무죄로 입증됐다는 주장을 내세워 더 거친 공격에 나설 전망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죄 결정을 자신의 권한을 확대하고 헌법상 제약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움직임을 확대하는 유인책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다만 이번 시도는 결과적으로 공화당 지지층의 단결을 강화했고 지지 성향별로 갈라진 여론을 크게 바꾸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CNN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해임해야 한다는 공화당 응답자는 8%에 불과했지만 민주당 응답자는 89%를 기록, 양당 지지층은 탄핵 논란에도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은 이번 결론이 '불공정 재판'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사실상 불복 분위기 속에 대선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앞서 펠로시 의장은 지난달 말 트위터에서 '재판을 하지 않으면 무죄가 될 수 없다. 증인과 문서가 없으면 재판을 할 수 없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WP는 "펠로시는 이미 '포스트 탄핵' 정치의 실마리를 캐냈다"며 향후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당 대선경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트럼프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위험한 선례가 돼 미래의 대통령들이 권력을 남용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증인 채택이 무산된 볼턴 전 보좌관을 고리로 민주당의 공세도 예상된다.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하원이 볼턴에게 소환장을 발부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모든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했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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