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콩밭"…트럼프, 다보스 마감 깜짝회견서도 '탄핵 매몰'

입력 2020-01-23 03:53
수정 2020-01-23 09:55
"마음은 콩밭"…트럼프, 다보스 마감 깜짝회견서도 '탄핵 매몰'

'워싱턴 정쟁 거리 두며 국제적 리더십 발휘' 참모들 시도 무색

다보스서 탄핵심판 시청하고 기자회견서도 국내이슈 '폭풍발언'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1∼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 일정이 결국 탄핵을 포함한 국내 이슈에 대한 한바탕 '폭풍 발언'으로 막을 내렸다.

탄핵 문제에 매몰된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21일부터 미 상원에서 시작된 탄핵 심리와 거리를 둔 채 세계 무대에서 '일하는 대통령', '국제적 지도자'의 모습을 각인시키겠다는 백악관 참모들의 '야심 찬 구상'은 결국 수포가 됐다. 해외에 있을 때에도 국내 이슈에 시선을 떼지 못하던 양상이 이번에도 재연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사전에 공지된 일정에는 없던 '깜짝 기자회견'으로 이틀간의 다보스 포럼 일정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날이 밝기도 전에 자신을 엄호 사격한 공화당 인사들의 발언 리트윗을 포함, 수십 개의 트윗을 올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대부분의 주제는 탄핵이었다.

그러고 나서 즉석 기자회견을 통해 이 모든 탄핵 절차는 '사기극'이라고 되풀이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보스 출장이 탄핵에 대한 관심을 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랐지만 즉석 기자회견은 '워싱턴의 드라마'로 그 방향이 향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온통 마음이 탄핵에 가 있는 채 워싱턴을 공격하는 것으로 다보스 방문을 마무리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 및 외교정책에 초점을 둔 여러 개의 면담으로 다보스 포럼 참석 일정의 막을 내렸지만 정작 그의 마음은 4천마일 이상 떨어진 워싱턴에 가 있는 듯 보였다고 보도했다. 미국 동부시간으로 이날 새벽 1시 50분까지 탄핵 심리가 마라톤으로 이어진 상황을 일컬은 것이다.

다보스에서 쏟아진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언급은 점점 더 당파성을 띠어가고 있는 의회 내 싸움에서 한발 비켜서 국정운영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던 백악관의 노력을 무색하게 했다고 WP는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를 자화자찬하는 긴 모두발언으로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탄핵 절차에 관련된 언급도 이어갔다.

그는 민주당을 겨냥 "나는 맨 앞줄에 앉아 그들의 부패한 얼굴을 응시하고 싶다. 정말 그러고 싶다"며 탄핵 심판에 참석하고 싶지만 변호인들이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인 출석 및 탄핵 심판 기간을 놓고는 오락가락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탄핵 심판 절차가 오랫동안 진행되길 바란다면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증언을 보고 싶다고 했다가 "존에 대한 문제는 그것이 국가 안보 문제라는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그는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좋은 관계로 남아있는지 알 수 없다. 아마도 아니다. 여러분도 누군가와 좋은 관계로 남지 않았을 때 그들이 증언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주요 외교정책을 둘러싼 불화로 경질된 볼턴 전 보좌관의 증언 문제는 이번 탄핵 과정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며 그 성사 여부가 관심을 모아왔다. 그러나 볼턴 전 보좌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을 증인으로 소환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수정안은 전날 상원에서 수적 열세를 넘어서지 못하고 부결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공지되기 전 백악관은 트윗 계정을 통해 "미국 국민은 '당파적 연극'이 아닌 성과를 보고 싶어한다"며 "워싱턴에서 어떠한 드라마가 펼쳐지든 상관없이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글까지 올린 상태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선 CNBC 방송 인터뷰에서 분주한 다보스 일정에도 불구, 전날 밤 탄핵 심판을 시청했다고 '인정'하며 "사기극"이라고 연신 목소리를 높였고,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때리기도 멈추지 않았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 민주당 대선주자들에 대한 조롱과 공격도 퍼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연설에서도 미국의 업적을 자화자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가 하면 유럽연합(EU)과의 무역 협상과 관련, EU가 이른 시일 내 협상에 합의하지 않으면 자동차 등 EU의 수입품에 대해 매우 높은 관세를 물리겠다고 위협하며 유럽의 동맹국들과의 긴장을 재연했다.

기후 대응을 두고 전날에도 설전을 벌인 스웨덴 출신의 청소년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에 대해서는 이날 회견에서도 미국이 아니라 연기를 대기 중에 분출하고 있는 다른 대륙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다보스에서 훌륭한 진전을 이뤘다. 엄청난 숫자의 기업들이 미국으로 오거나 돌아올 것"이라고 자평하는 트윗을 올렸지만 정작 귀환길에 탄핵 관련 트윗과 리트윗에 열을 올렸다고 WP는 꼬집었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