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자기장 형성 '다이너모' 약 10억년 전 멈춰

입력 2020-01-06 14:20
수정 2020-01-06 14:39
달 자기장 형성 '다이너모' 약 10억년 전 멈춰

월석에 남은 자기장 기록 분석해 시기 특정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달에서는 재래식 나침반이 무용지물이 될 만큼 자기장이 약하다. 수십억년 전에는 지구보다 훨씬 강한 자기장을 갖고 있었지만 철(鐵)로 된 핵을 휘돌게 해 자기장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다이너모'(dynamo)가 멈추면서 자기장도 사라졌다.

현재 달의 자기장은 지구의 1% 미만으로 다이너모 없이 일부 지각이 국지적으로 자화(磁化)돼 있을 뿐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 따르면 이 대학 지구·대기·행성 과학 교수 벤저민 와이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달에서 가져온 월석을 분석해 달의 다이너모가 멈춘 시점을 약 10억년 전으로 특정하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아폴로 탐사를 통해 달에서 가져온 약 40억년 전 월석을 통해 자기장 세기가 100 마이크로테슬라(μT)에 달하는 것을 밝혀냈다. 지구의 자기장 세기가 50μT인 것과 비교할 때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약 25억년 전 월석에서는 10μT 미만으로 측정됐다.

연구팀은 이때까지도 자기장 세기는 약해졌지만, 자기장을 만드는 다이너모는 작동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자기장 기록을 가진 월석이 확보되지 않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월석은 화산 활동으로 분출된 용암이 식는 과정에서 미세 알갱이들이 당시 자기장 방향을 따라 정렬해 자기장 세기를 측정할 수 있는데 30억~40억년 전 활발했던 화산 활동이 이후로는 멈춰 새로 생성되는 월석을 확보하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다행히 고대 월석이 약 10억년 전 충돌 충격으로 녹았다가 다시 굳으면서 이전 자기장 기록을 지우고 새 기록을 갖게 된 두 개의 샘플을 확보해 분석했다.

그 결과, 자기장 세기는 0.1μT에 불과했으며, 연구팀은 이때쯤 달의 다이너모가 작동을 멈췄을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 월석 샘플을 오븐에 넣고 가열해 녹인 뒤 식는 과정에서 인공 자기장에 노출해 실제로 기존 자기장 기록을 지우고 새 기록을 가질 수 있는지도 검증했다.

연구팀은 달 형성 초기에는 지금보다 더 가까이 붙어 있었던 지구의 중력으로 달 내부에 있는 유체 상태의 핵이 휘돌며 강력한 자기장을 형성했으나 이후 달이 지구에서 점차 멀어지면서 이런 효과는 약해진 것으로 분석했다.

대신 약 25억년 전부터는 핵이 결정화하면서 이전보다는 훨씬 약하지만, 자기장을 형성하는 다이너모 역할을 이어왔으며 결정화가 진행하면서 궁극에는 다이너모 마저 멈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와이스 교수는 "자기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의 구역처럼 우주에 스며들어 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달의 자기장을 형성하는 다이너모가 10억~15억년 전에 멈췄으며, 과거에 지구와 같은 방식으로 자기장을 생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정리한 논문을 과학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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