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군 철수 요구하면 이라크 제재…기지 비용 갚아야"(종합)
동맹인 이라크에도 "전에 보지못한 수준의 제재 가할 것" 협박
이란에는 '중대한 보복' 경고…보복대상으로 "문화적 장소 고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이라크가 미군의 철수를 요구한다면 "이전까지 보지 못한 수준의 제재를 가할 것이다. 이란에 가한 제재는 약과라고 보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휴가차 머물던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취재진에 이같이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어떠한 적대적 행위라도 한다면, 우리는 이라크에 아주 큰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언과 관련해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가 동맹인 이라크에 제재를 경고했다"며 동맹 관계인 이라크에도 경고를 서슴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이라크 의회는 지난 3일 미군이 바그다드 공항에서 이란군 실세와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요인을 폭격해 살해한 데 대해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미군 철수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라크 의회의 결의는 구속력이 없어 정부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원 내각제인 이라크의 통치 체계상 정부의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나게 비싼 우리의 공군기지가 거기에 있다. 내가 취임하기 한참 전 수십억 달러를 들여 지었다"면서 "그것(건설비용)을 갚기 전에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이란이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피살을 보복한다면 이에 대해 "중대한(major)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란의 "문화적 장소"(cultural sites)를 그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은 우리 국민들을 고문하고 불구로 만든다. 길가에 폭탄을 설치해 우리 국민들을 날려버린다"면서 "그런데도 우리는 그들의 문화적 장소를 건드릴 수 없다고? 그런 식으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공격 시 반격 목표 지점으로 지정한 52곳 중 여전히 문화적 장소를 공격하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이란의 문화에 중요한 곳을 공격 표적으로 삼겠다고 경고해 이란의 반발을 낳았다.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로 문화 강국이라는 자부심이 큰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쏟아내는 '악담' 가운데서도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날 앞서 문화 유적에 대한 공격은 전쟁범죄라는 비판까지 나오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러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공격하는 모든 대상은 합법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금 자신의 발언을 재확인하면서 파문이 예상된다.
AP통신은 "트럼프는 국제법상 전쟁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라는 미 행정부 내 우려를 일축한 채 이란의 문화적 장소를 공격하는 것이 미군에 공정한 게임이라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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