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공전에 '청약업무 이관' 또 비상…8만여가구 분양 중단되나

입력 2019-12-24 15:43
국회 공전에 '청약업무 이관' 또 비상…8만여가구 분양 중단되나

내년 2월 청약업무 이관 앞두고, 주택법 개정안 법사위 상정도 못해

필리버스터 국면에 연내 통과 난항…결제원 업무는 1월 종료, 청약업무 마비 우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국회가 선거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국면에 돌입한 가운데 청약업무 이관에 필요한 주택법 개정이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관련 법안 통과가 계속해서 지연되면 내년 2월부터 청약업무가 전면 마비되는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기존 금융결제원이 수행하던 청약업무를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이달 5일 천신만고 끝에 관련 법안이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를, 6일 전체회의를 통과하면서 내년 2월 새로운 청약 시스템 오픈에도 차질이 없을 것으로 낙관했다.



주택법 개정안에는 주택청약업무를 한국감정원이 수행하도록 하면서 금융실명제법으로 보호되는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금융정보를 비금융기관인 한국감정원이 은행들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인 정보 취급 자격이 부여돼 있다.

이 법이 통과돼야 한국감정원이 제대로 청약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가 선거법 등을 놓고 공전을 거듭하면서 국토위 손을 떠난 지 2주가 지난 현재까지 법사위에 상정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이달 중, 아무리 늦어도 내달 초순까지는 주택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해야 내년 2월 1일로 예정된 새로운 청약시스템 오픈 일정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필리버스터가 내년 1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아직 법사위 문턱도 넘지 못한 주택법 개정안이 언제 처리될지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금융결제원은 청약업무를 예정대로 내년 1월까지만 수행하고, 이후부터는 전면적으로 손을 뗀다는 방침이다.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청약업무를 넘기기로 했다가 한차례 연기한 금융결제원은 법 통과와 무관하게 업무 이관을 또다시 연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에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내년 2월로 예정된 감정원의 청약업무 수행이 불가능해진다"며 "청약업무가 전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내년 2월부터 당장 분양에 들어갈 예정이던 건설사들도 초비상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내년 2∼3월 두 달 간 청약에 들어갈 아파트 단지는 전국적으로 119개 단지, 8만4천400여가구에 달한다.

내년 초 분양을 앞둔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를 비롯해 서초구 신반포 13·14차, 양천구 신정2-2구역, 경기도 광명시 광명15R구역 등이 줄줄이 청약에 차질을 빚게 된다.

국토부는 내년 1월 청약업무를 중단하고, 약 3주 동안 청약시스템 사전 테스트 등을 거칠 예정이어서 건설업계는 내년 2월 일정에 맞춰 신규 분양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청약업무 이관에 차질이 생기면 향후 2∼3개월간 한국감정원이 청약순위 정보와 중복개설 여부에 대한 관리에 개입할 수 없어 청약시장에 대혼란이 예상된다.

감정원이 청약 통장 보유 여부 등 개인정보를 확인해줄 수 없어 청약통장 신규 개설도 지연되고, 이로 인해 통장 가입 희망자들이 당첨 순위도 손해를 볼 수 있다.

내년 4월 말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앞두고 분양일정을 서두르고 있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 단지들도 청약 일정 수립에 혼선이 우려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청약업무 마비와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조속히 관련 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국회가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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