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검찰, '역주행' 사고 내고 달아난 美 외교관 부인 기소

입력 2019-12-20 23:57
英 검찰, '역주행' 사고 내고 달아난 美 외교관 부인 기소

난폭운전 혐의…영사관 직원 가족, 런던 밖에서 면책특권 안돼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검찰이 역주행 교통사고를 낸 뒤 면책특권을 내세우며 본국으로 돌아간 미국 외교관 부인을 기소하기로 했다.

20일(현지시간) BBC 방송,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검찰은 이날 노샘프턴셔 경찰이 앤 사쿨러스(42)를 난폭운전 등의 혐의로 기소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보기관 요원의 아내인 사쿨러스는 지난 8월 27일 영국 중부 노샘프턴셔 크러프턴 공군기지에서 SUV 차량을 몰고 나오다 모터바이크를 타고 달리던 영국인 해리 던(19)과 충돌했다.

던은 사고 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목숨을 잃었다.

사고 현장에서 책임을 인정하고 경찰 조사에 협력할 것을 약속했던 사쿨러스는 그러나 외교관 면책특권을 주장하면서 가족과 함께 급거 미국으로 돌아가 영국 내에서 큰 분노를 불러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사쿨러스의 면책특권 포기를 요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샘프턴셔 경찰은 미국에 머무는 사쿨러스를 방문조사했고, 이를 포함해 이번 사고의 증거 등을 지난달 초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영사관 직원의 가족은 런던 밖에서 외교관 면책특권을 적용받지 않는다며 기소 배경을 설명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크러프턴 공군기지에 있는 미국 정보기관 요원들과 그들의 가족에 대한 면책특권 협정을 검토해왔다고 밝혔다.

그 결과 영국 형사관할권과 관련해 미국 영사관 직원보다 가족에 더 큰 보호를 제공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번 기소로 인해 영국 내무부가 범죄인 인도 영장을 청구할지, 아니면 사쿨러스가 자발적으로 영국으로 돌아오도록 할지는 아직 불명확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던의 모친인 샬럿 찰스는 스카이 뉴스에 "내 아이를 위한 정의를 얻겠다는 약속을 이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던의 부친인 팀 던은 "우리는 믿어왔고, 결국 해냈다. 우리는 (사쿨러스에 대한) 기소를 얻어냈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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