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죄 기소' 네타냐후, 위기도 대응도 트럼프와 '닮은꼴'
AP통신 "뇌물죄 혐의, 마녀사냥이라며 부정…언론도 '가짜뉴스'로 매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내내 '찰떡' 공조를 과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위기와 그 대응도 서로 '판박이' 모양새다.
우선 두 정상의 '혐의' 핵심은 모두 '대가성' 권한 남용과 뇌물죄다.
네타냐후 총리는 21일(이스라엘 현지시간) 뇌물, 사기, 배임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가장 중대한 혐의는 통신기업 계열 언론매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보도를 해주는 대가로 그 통신사에 유리한 규제를 도입하려 하고, 유명 영화제작자로부터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군사원조를 조건으로 정치적 경쟁자에 대한 수사를 해달라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했다는 의혹으로 하원의 탄핵조사를 받고 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뇌물죄로 규정했다.
정치 생명 위기가 선거 패배로부터 비롯된 것도 비슷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중간선거 패배로 하원 지배력을 민주당에 뺏겨 탄핵조사가 가능하게 됐다.
네타냐후 총리는 부패 스캔들이 확산하는 가운데 올해 총선을 두 번이나 치르고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정부 구성에 실패했다.
두 지도자의 위기를 대하는 태도도 닮은꼴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검찰의 수사·기소와 관련, '가짜뉴스'가 기름을 부은 '마녀사냥'이나 '쿠데타'라고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의 탄핵조사를 가리키는 표현과 완전히 일치한다.
심각한 범죄혐의를 받으면서도 우파 대중주의로 종교계 등 지지층을 결집함으로써 인기를 유지하는 전략도 닮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지지 기반 중 하나는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이고, 네타냐후 총리는 권력 유지를 위해 정통파 유대교 세력과 손잡았다.
23일 AP통신은 세계 곳곳에서 이러한 우파 대중주의 지도자들이 득세하지만, 이들이 흔들리는 조짐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의 칼럼니스트로 네타냐후 총리의 전기를 쓴 안셸 페퍼는 "(사법제도와 언론 등)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기둥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이러한 대중주의 지도자들에게 반격에 나서며 저항능력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선 당내 사퇴 압박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스라엘 최대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의 시마 카드몬은 칼럼에서 검찰 기소에 대한 네타냐후의 반박 연설과 관련, "뭔가 달랐다. 아마도 상처 입은 동물의 피 냄새만큼 꾀는 것이 없기 때문이겠지만, (연설이) 별 효과가 없었다"면서 네타냐후가 총리로서 정치적 치명성을 입은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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