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보우소나루 "산불도 하나의 문화" 발언에 비난 쇄도
전직 환경장관 "삼림파괴 부추기고 무능력과 윤리적 잘못 숨기려는 발언"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삼림 벌채와 산불을 막으려는 노력을 사실상 포기하는 듯한 발언을 해 여론의 강한 질타를 받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히카르두 살리스 환경부 장관을 만나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가 최근 10년 만에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는 조사 결과에 관해 언급하면서 삼림 벌채와 산불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에 의문을 표시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살리스 장관에게 "당신은 삼림 벌채나 산불을 끝내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문화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는 지난 18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18년 8월부터 올해 7월 사이 12개월간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이 9천762㎢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 기간(2017년 8월∼2018년 7월)의 7천536㎢보다 29.5% 증가한 것이며, 파괴 면적은 2008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파괴 면적 증가율로는 1994∼1995년의 95%와 1997∼1998년의 31% 이후 가장 높다. 1994∼1995년 파괴 면적은 역대 최대인 2만9천100㎢였다.
환경 전문가들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가 환경보호구역에 대한 개발 방침을 내세우면서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가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좌파 노동자당(PT)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마리나 시우바는 "삼림 파괴를 부추기는 발언"이라면서 "자신의 무능력과 자신이 부추긴 삼림 벌채에 대한 윤리적·도덕적 잘못을 숨기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아마존의 여전사'로 불리는 시우바 전 장관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자신이 초래한 이 상황을 뒤집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가 2012년께부터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에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브라질 남동부 미나스 제라이스 연방대학의 하오니 하장 연구원은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가 늘어나는 원인은 농축산업계가 의회에 강한 입김을 행사하면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농경지와 목초지 확보를 위해 이뤄지는 무단 벌채와 고의 방화 행위가 열대우림 파괴를 부추긴다는 주장이다.
보우소나루 정부는 이달 초 아마존 열대우림과 중서부 판타나우 열대 늪지에서 사탕수수 경작을 허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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