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안보이는 볼리비아 위기…親모랄레스 시위대 3명 추가 사망

입력 2019-11-20 09:04
출구 안보이는 볼리비아 위기…親모랄레스 시위대 3명 추가 사망

군이 시위대의 연료공장 봉쇄 해제하는 과정에서 사상자 속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볼리비아에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이 이어지면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볼리비아 일간 라라손에 따르면 이날 수도 라파스 인근 엘알토에서 군이 시위대의 연료공장 봉쇄를 무력으로 해제하는 과정에서 시위대 3명이 숨지고 30명 가까이 다쳤다.

볼리비아 옴부즈맨 사무국은 이 중 두 명은 총상으로 숨졌고, 나머지 한 명의 사망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미주인권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이날 사망한 3명을 포함해 볼리비아 시위 사태 사망자는 27명으로 늘었다.

볼리비아에서는 지난 20일 대통령 선거 이후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4선 연임에 도전한 모랄레스가 승리를 선언했으나 석연치 않은 개표 과정에 의혹을 품은 야권 지지자들이 결과에 반발하며 거센 시위를 이어갔다.

모랄레스가 결국 지난 10일 사퇴한 이후엔 모랄레스 지지자들이 거리로 나와 모랄레스의 복귀와 자니네 아녜스 임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한 달간 이어진 시위로 볼리비아는 마비 상태가 됐다.

도로 봉쇄 시위 탓에 물류 수송에 차질이 생기면서 라파스엔 주유소가 문을 닫은 지 오래됐고, 닭고기와 달걀 등 물자들도 부족해졌다.

거리에는 자동차 운행이 줄었고, 식당은 재료가 없어 만들지 못하는 메뉴가 많아졌다.

특히 모랄레스 지지 시위대가 엘알토 지역 연료 공장 인근에 타이어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연료 수송을 차단하면서 최근 며칠 새 라파스의 연료난이 극심해졌다.

이날 볼리비아 군은 국영기업 YPFB가 운영하는 엘알토의 센카타 가스공장의 봉쇄를 뚫기 위해 장갑차와 헬리콥터 등을 동원했다.

그 결과 연료를 실은 50대의 차량이 일주일 만에 센카타를 떠나 라파스로 향할 수 있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시위대의 추가 사망 속이 전해지자 멕시코에 망명 중인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아녜스 정부가 "평화롭게 쿠데타에 맞서고 그들의 삶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엘알토의 형제들을 군부 독재정권이 하는 식으로 또다시 살해했다"고 비난했다.

모랄레스는 또 임시 대통령 아녜스가 군에게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형사 책임을 면제한다고 발표한 데 대해서도 비난을 이어갔다.

시위 사망자가 속출할수록 시위대의 분노도 커지고, 볼리비아 위기 해결도 어려워지고 있다.

아녜스는 정국 안정을 위해 조속히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선거 일정이 정해지지 못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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