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피아 연루' 베를루스코니, 측근 재판에 증인 출석…침묵 일관

입력 2019-11-12 21:57
'마피아 연루' 베를루스코니, 측근 재판에 증인 출석…침묵 일관

공판 내내 묵비권 행사, 영상·사진 촬영도 거부…비협조 의지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마피아 연루 혐의를 받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관련 사건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지만, 묵비권을 행사하며 입을 닫았다. 마피아 이슈에 관한 한 사법 절차에 일절 협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를루스코니는 11일 시칠리아 팔레르모법원에서 열린 마르첼로 델루트리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공판 내내 일절 입을 열지 않았다.

델루트리는 2013년 베를루스코니와 함께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를 창당한 인물이다.

1993년 5∼8월 사이 로마와 피렌체, 밀라노 등지에서 5차례 연이어 발생한 차량 폭탄 테러와 관련해 시칠리아 최대 마피아 조직인 '코사 노스트라'와 베를루스코니 간 비밀 협상을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마피아와의 회합 등 혐의로 2014년 기소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애초 델루트리의 증인으로 나서기 어렵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공판 내내 묵비권을 행사하며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법정에서의 영상·사진 촬영도 거부했다고 한다.

베를루스코니 본인 역시 1993년 마피아의 연쇄 폭탄 테러 범죄에 연루돼 수사를 받는 처지다.

앞서 테러에 가담한 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한 마피아 조직원이 동료 수감자에게 "베를루스코니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마피아가 폭탄 테러를 저지르도록 부추겼다"고 언급한 사실이 공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당시 이탈리아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 폭탄 테러는 정부가 강력한 '반(反)마피아법'을 제정하며 사실상의 전쟁을 선포하자 마피아가 반격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10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밀라노 검찰은 델루트리와 마피아 간 협상이 베를루스코니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등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루스코니는 건설·미디어 그룹을 거느린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1990∼2000년대 총리를 세 번이나 지내는 등 이탈리아 정계의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다.

하지만 사업 초기 마피아의 도움을 받아 재산을 축적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끊임없이 마피아 연루설이 제기돼왔다. 앞서 그는 마피아와의 유착 혐의로 2∼3차례 수사를 받았으나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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