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그렌펠 참사는 인재…소방대 '체계적 실패' 탓"

입력 2019-10-29 16:46
"런던 그렌펠 참사는 인재…소방대 '체계적 실패' 탓"

英텔레그래프 30일 공개될 조사보고서 입수해 보도

"런던 소방대 '그대로 있으라' 지침 탓에 사망자 늘어"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2017년 6월 14일 발생해 72명의 목숨을 앗아간 런던 그렌펠 참사는 런던 소방대(LFB)의 체계적 실패가 낳은 인재라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텔레그래프가 입수한 1천페이지 분량의 공식 조사보고서는 그렌펠타워 화재에 대응한 런던 소방대의 "심각한 결함"과 "체계적 실패"가 없었다면 사망자는 소수에 그쳤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위원회 수장인 마틴 무어-빅 전 항소법원 판사는 런던 서부 그렌펠타워에서 어떻게 화재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2년 동안의 조사를 통해 46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다.

오는 30일 공개될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무어-빅 전 판사는 화재 당시 화염이 24층 높이까지 빠르게 치솟은 이유는 가연성 알루미늄 피복재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한 그렌펠타워 4층 "대형 냉장고의 전기 결함"으로 화재가 시작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런 결론에 따라 화재의 원인이 된 냉장고를 제조한 월풀을 상대로 한 수백만 파운드 규모의 소송이 미국에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이 신문은 전망했다.

무어-빅 전 판사가 가장 비판한 대목은 런던 소방대가 "그대로 있으라"(stay put)라는 악명 높은 지침을 택한 것이다.

이 지침은 새벽 0시 54분 화재가 발생한 이후 2시 47분 철회될 때까지 2시간 가까이 유지됐다.

무어-빅 전 판사는 보고서에서 "철회 결정은 1시 30분에서 1시 50분 사이에 내려질 수 있었고, 그래야 했다"며 "그렇게 했다면 사망자가 적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런던 소방당국의 관제실 운영과 사건 현장에서 모두 심각한 결함들을 확인했다"며 이런 결함은 체계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무어-빅 전 판사는 소방관 개개인의 영웅적 행동과 용기는 칭찬했지만, 상대적으로 하급 지휘관인 마이클 다우던이 비극이 전개되는 동안 지나치게 오래 책임을 맡고 있었다는 지적도 했다.

한편, 런던소방대 대니 코튼 대장은 지난해 9월 조사위원회 증언 과정에서 "나는 그날 밤 우리가 한 것을 아무것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해 피해 가족들의 공분을 샀다.

게다가 코튼 대장이 내년에 50세의 나이로 은퇴하면서 200만 파운드(약 30억원)에 달하는 연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피해 가족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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