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트럼프, 얻는 것 없이 세계 곳곳서 미군 영향력 포기"

입력 2019-10-22 16:24
NYT "트럼프, 얻는 것 없이 세계 곳곳서 미군 영향력 포기"

"일방적 철군은 미국의 적들에겐 '자신감', 동맹에는 '고통' 준다"

시리아 철군, 한미연합훈련 축소 등 열거…"트럼프는 못 이기는 협상가"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끝없는 전쟁에서 벗어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부터 '불(不)개입·고립주의'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며 입버릇처럼 해온 말이다.

실제로 이런 방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18년간 전쟁을 벌여 온 아프가니스탄에서 철군을 준비해 왔고, 시리아 북부에서는 이미 미군 병력이 철수를 시작했다.

또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에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취소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이 정작 얻는 것은 별로 없이 세계 각지에서 미군 주둔을 통한 영향력을 포기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미군을 철수한 것은 미국의 적들에게 자신감을 부여하고, 동맹들에는 고통만 준 셈이라고 미국 원로 외교관과 외교정책 전문가, 핵심 의원 등은 이구동성으로 비판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존 해나 선임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에 실제 어떤 전략적 논리가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딕 체니 부통령의 안보보좌관을 지낸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제 문제를 자기 뜻대로 처리하도록 두면, 언제나 이해할 수 없는 고립주의 성향을 보이고 만다"며 "스스로 내세우는 '거래 본능'보다도 (고립주의가)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아프리카연합(AU) 대사를 지낸 루번 브리게티 조지워싱턴대 국제관계대학원(엘리엇스쿨) 학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불리를 따질 '일관성 있는' 정책 결정 절차를 마련하기보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독재자들의 환심을 사는 데 더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취소 결정을 내리기 전 관련 논의를 한 유일한 인사는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행태는 이달 초 시리아에서 철군 결정을 내리며 쿠르드족을 배신했을 때도 되풀이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직후 시리아 철군을 전격 발표했다.

브리게티 학장은 "이런 결정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의 전략적 배치를 직접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것이 아니며, 자신의 참모도 아닌 독재자들의 자문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문제에 대해 국가안보 전문가들이 내놓는 쓴소리를 거의 귀담아듣지 않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철수를 반대하는 이들이 미국을 이라크 전쟁이라는 '재앙'에 빠뜨렸던 이들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자부해온 '협상의 기술'이 실제로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들여 온 아프간 평화 협상이 결렬되고,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역시 교착을 거듭하는 상태라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외에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해법 등 중동평화안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고, 이란과는 대화를 원하면서도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지도 못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이란 핵 합의 입안에 관여했던 웬디 셔먼 전 국무차관은 "트럼프는 이기지 못하는 협상자"라고 평했다.

셔먼 전 차관은 "그는 부동산 업자일 때도 똑같이 그랬다. 큰 그림이나, 사안의 접점을 비롯해 더 큰 이익을 놓칠 위험을 포착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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