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英 브렉시트 연기 요청 논의…英 상황 분명해진 뒤 결정"
상황에 따라 '단기·3개월·장기 연장' 가능성 거론…소식통 "EU 정상들, 승인할 것"
(브뤼셀=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추가 연기 요청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으나 결정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둘러싼 영국 정치권의 상황이 좀 더 분명해진 뒤 이뤄질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과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EU 27개국 정상들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 연기 요청을 논의하고 있으나 일단 영국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즉각적인 결정은 내리지 않고 있다.
다만 EU 외교관과 관리들은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한다는 EU 정상들의 주요 목표는 변함없다고 전했다.
이들은 그러나 오는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시한까지 아직 열흘 정도 남아있고, 영국 정부와 의회에서 향후 벌어질 상황에 따라 브렉시트 연기 요청 자체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만큼 정상들이 천천히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 19일 영국 하원이 새로운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을 보류하기로 한 뒤 관련 법에 따라 EU에 오는 31일로 예정된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면서도 본인은 브렉시트를 연기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영국의 EU(탈퇴)법은 의회의 통제권 강화를 위해 브렉시트 합의안 비준 동의 이전에 정부가 EU와의 협상 결과에 대해 하원 승인투표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다.
또 19일까지 영국 정부가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이나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 승인을 얻지 못하면 존슨 총리가 EU에 브렉시트를 2020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추가 연기하도록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EU 탈퇴법을 고쳐 이 같은 승인투표를 거치지 않고 바로 브렉시트 이행 관련 법률을 통과시켜 브렉시트를 단행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이와 관련한 표결은 오는 22일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EU 외교관은 "EU의 후속 조치는 영국 의회의 상황이 명확해진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가디언은 복수의 EU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7일 EU 정상회의 논의 때 영국의 요청이 있으면 EU 각국 정상이 브렉시트 시한 연장을 승인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했다고 전했다.
만약 브렉시트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영국의 상황이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경우 EU는 몇 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영국은 내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연기를 요청했지만, EU가 이를 따를 의무는 없으며 단기 연장도 가능하다. 이는 영국 의회가 새 합의안을 비준하도록 압박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진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계속해서 브렉시트 장기 연장에 반대해온 정상들이 선호할 선택지로 꼽힌다.
영국의 요청대로 브렉시트 시한을 내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외에 EU가 브렉시트 시한을 3개월 이상 연장해 브렉시트 전환 기간이 끝나는 2020년 12월 31일 즈음까지로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환 기간에 영국은 EU 회원국 시절처럼 EU의 법과 제도가 그대로 적용된다.
독일 대연정 다수 정당인 기독민주당 소속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하원 외교위원장은 트위터에 EU 정상회의는 이제 마지막 장기 연장을 승인해 영국에 제2의 국민투표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해법을 준비할 시간을 주고, EU는 다른 긴급한 현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럽의회는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비준해야만 해당 합의안을 비준할 예정이다.
만약 영국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이번 주 중 통과되지 않으면 유럽의회의 다음 회의는 내달 14일로 예정돼 있다. 이 경우 유럽의회 임시회의를 열지 않는다면 내달 30일이 새로운 브렉시트 시한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k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