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터키 나토 회원국 지위 재고해야"

입력 2019-10-16 16:31
미 전문가 "터키 나토 회원국 지위 재고해야"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쿠르드족 거점을 점령하기 위한 터키의 시리아 동북부 침공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지향하는 가치를 무시하는 것으로 이제는 나토와 터키 관계를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미 전문가가 촉구했다.

앞서 터키는 러시아제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함으로써 다른 나토 회원국들과 마찰을 초래한 데 이어 이번 시리아 침공을 감행함으로써 냉전 시대 형성된 터키의 나토 회원국 지위 문제를 보다 현실적으로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미 외교협회(CFR)의 외교안보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WP)와 CNN 외교·안보 기고자인 맥스 부트는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선언함으로써 사실상 터키군의 시리아 침공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이는 미-터키 관계를 전례 없는 위기에 빠트리면서 아울러 터키의 나토 회원국 지위에 대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터키와 미국을 비롯한 나머지 나토 회원국 간의 관계가 현 에르도안 대통령 집권 이후 지속해서 악화하고 있으며 에르도안 정부는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과 관계를 맺고 한편으로 서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공미사일 도입 등으로 러시아에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터키의 이번 시리아 침공을 계기로 (터키와 다른 회원국 간) 관계악화가 정점에 이르고 있으며 미국이 같은 나토 회원국인 터키에 경제를 파괴하겠다고 경고한 자체가 나토 내에서 터키의 위치가 매우 미묘한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952년 나토에 가입한 터키는 35만5천명의 병력으로 나토 회원국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 번째 규모이며 국방비는 나토 회원국 가운데 7위 수준이다.

또 터키 인지를릭 공군기지에는 미군 2천500명이 주둔하고 있으며 터키에는 50여개의 미군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

그는 만약 터키가 지금 나토 가입을 신청한다면 시장경제를 제외하고 정치체제와 민주주의 등 다른 모든 기준에서 미달한다고 지적하면서 터키가 설사 나토 회원국 지위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이제 미국을 비롯한 다른 회원국들은 터키가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라는 기대를 접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터키는 이제 다른 회원국들에 '협력자이자 동시에 경쟁자'인 '프레너미'(frenemy)와 같은 위치라면서 미국과 터키는 아직 많은 협력 분야를 갖고 있으나 터키는 미국의 이익들로부터 급속히 이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리처드 하스 CFR 회장이 지적한 대로 미국은 터키로부터 핵무기를 철수하고 터키 군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정보공유와 무기판매를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 미 공군은 터키 내 주요 나토 공군기지인 인지를릭 기지로부터 항공기들을 요르단의 무와파크 살티 기지를 비롯한 페르시아만의 다른 기지들로 이전해야 하며 인지를릭 기지에 보관 중인 전술핵무기들 역시 미국이나 다른 신뢰할만한 나토 회원국들로 재배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