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시리아서 휴전 선포 못해"…트럼프 요구 거듭 일축
트럼프 대통령, 터키-쿠르드 휴전 중재차 16일 대표단 급파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휴전을 선포해 시리아 북동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중단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재차 거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그들은 우리에게 휴전 선언을 하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결코 휴전을 선포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일간 후리예트가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족 장악 지역을 공격한 터키를 향해 추가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며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터키 제재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이날 터키와 협상을 위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터키로 급파하기로 결정, 터키와 쿠르드 사이의 휴전 중재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
펜스 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포함한 대표단을 이끌고 터키를 방문해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고, 협상 타결 조건 등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17일에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한 결론이 도출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재확인하고 이슬람국가(IS) 재건, 민간인 피해 등에 관한 우려를 강조할 계획이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미국의 이런 요구를 일축함에 따라 미국의 압박이 실효를 거둘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한 이날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만비즈로 이동하고 있는 시리아 정부군의 존재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시리아의 쿠르드 전사들이 그곳에 남아있길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만비즈는 쿠르드 민병대(YPG)가 2016년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 단체 IS를 몰아내고 장악한 요충지로, 지난 2017년 이후 터키와 쿠르드 군대의 충돌을 억지하기 위해 미군이 전초기지를 세워 경계 활동을 해온 곳이다.
미군이 이곳에서 철수한 가운데, 터키군과 쿠르드·시리아 정부군 모두 유프라테스강 서쪽에 위치한 만비즈에 병력을 집중하고 있어 확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한편, 쿠르드족은 터키의 대규모 공세를 막기 위해 그동안 앙숙 관계에 있던 시리아 정부와 손을 잡기로 지난 13일 전격 합의했다.
이에 따라 터키와 쿠르드족 간 무력 충돌은 물론 시리아 내전 사태도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시리아 내전 동안 쿠르드족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축출하기 위해 싸웠으나 이번 합의로 쿠르드족과 시리아 정부는 '적'에서 '동맹'으로 관계가 급반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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