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 배신' 역풍 맞은 트럼프 "끝없는 전쟁 안 돼"

입력 2019-10-13 17:53
수정 2019-10-13 17:58
'쿠르드 배신' 역풍 맞은 트럼프 "끝없는 전쟁 안 돼"

美보수단체 행사 연설서 시리아 철군 결정 옹호…"탄핵주도 의원 고소 검토"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시리아 북동부 철군 결정으로 터키의 쿠르드 침공을 묵인했다는 거센 후폭풍에 휘말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초당적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보수 단체의 행사 '밸류즈 보터즈 서밋'(Values Voters Summit) 연설에서 시리아 북동부 미군 철군 결정에서 비판받는 자신을 혼자 있는 섬에 비유하며 "미국은 무한한 전쟁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7일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 중인 미군 철수를 결정하자, 터키는 사흘 후인 10일 쿠르드족을 몰아낼 목적으로 쿠르드족이 통제하는 시리아 북동부를 공격했다.

여야를 막론한 미국 정가와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의 쿠르드 침공을 묵인해 중동의 안정을 위험에 빠뜨리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퇴치를 위해 미국을 지원해온 쿠르드 동맹군을 저버렸다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우리의 위대한 영웅들, 위대한 군인들을 데려와야 한다. 그들을 집으로 데려와야 한다. 이제 시간이 됐다"고 거듭 강조하며 자신의 결정이 옳다고 강변했다.

그는 또한 미국의 수년에 걸친 군사 개입과 재정 투자에도 불구하고 중동은 희망이 없는 대의명분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동은 지금 덜 안전하고, 덜 안정적이다. 그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 "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주제를 넘나들며 길게 이어진 이 날 연설에서 기독교인들과 다른 소수 종교 신자들을 돕기 위해 시리아에 5천만 달러(약 590억원)의 긴급 구호자금 배정을 지시한 사실도 발표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의혹'을 고리로 자신에 대한 탄핵 조사를 밀어붙이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 등 민주당 중진 정치인들의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 이 사람들은 매우 나쁜 사람들"이라며 자신의 변호사에게 이들을 고소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니면 아마 그들을 그냥 탄핵해야 한다.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고, 그들이 하는 짓은 미국에 끔찍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고 CNN은 보도했다.

CNN은 그러나 미국 헌법상 의원들은 탄핵을 당할 수 없고, 의원들이 의회나 위원회에서 한 발언으로 피소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의 비리 의혹을 조사하라는 압력을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지난달 24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착수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터키 당국으로부터 약 2년간의 구금 끝에 작년 10월 석방된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도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기도를 이끌어 눈길을 끌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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