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부패 스캔들 건설업체 前대표 "룰라 유죄판결은 불공정"
연방 형사법정 출두 "혐의 입증할 구체적 증거 없어" 주장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을 뒤흔든 부패 스캔들의 진원지로 꼽히는 대형 건설업체 오데브레시의 전 대표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판결에 의문을 제기했다.
5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오데브레시의 전 대표인 마르셀루 오데브레시는 전날 수도 브라질리아 연방 형사법원 증언을 통해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유죄 판결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마르셀루는 "룰라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가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면서 "매우 불공정하며 모순덩어리"라고 말했다.
그의 증언은 룰라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국영 경제사회개발은행(BNDES)을 통해 오데브레시에 편법적인 자금 지원을 했다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나온 것이다.
연방검찰은 오데브레시가 경제사회개발은행으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2천억 원)를 대출받는 과정에서 룰라 전 대통령과 당시 각료들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기소 근거로 제시했다.
룰라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경제사회개발은행의 대출 과정에 대통령이 개입하지 않은 것은 물론 대가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 혐의로 2017년 7월 1심 재판에서 9년 6개월, 지난해 1월 2심 재판에서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며 4월 7일부터 남부 쿠리치바 시내 연방경찰에 수감됐다.
한편,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지난 2일 대법관 전체회의에서 그동안 이뤄진 부패 혐의 재판에서 나온 유죄 판결을 무효로 할 수 있는 주장을 찬성 7명, 반대 4명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부패 혐의 재판에서 선고된 실형 가운데 일부는 취소될 가능성이 커졌으나 대법원은 표결 결과를 어느 범위까지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미룬 상태다.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룰라 전 대통령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로 형기의 6분의 1을 마쳤으며, 현행법에 따라 연방경찰에 계속 수감돼 있지 않고 '반(半) 개방식 형 집행'으로 바뀔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수감자는 감옥을 벗어나 농장이나 산업시설 등에서 일을 하며 남은 형기를 채울 수 있다.
그러나 룰라 전 대통령은 정식 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거나 기소가 취소되는 경우가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변호인단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형사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정치인의 선거 출마를 8년간 제한하는 '피샤 림파'(Ficha Limpa: 깨끗한 경력) 법령의 적용을 피하고 정치적 복권이 가능해져 선거에도 출마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