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새'들의 시련…북미서만 반세기 사이 30억마리 급감
"희귀종 멸종보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더 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북미지역에서 지난 반세기 사이에 30억 마리에 가까운 새가 사라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참새와 같은 '보통 새'가 가장 많이 줄어들었는데, 이는 희귀종의 멸종보다 생태계에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코넬 대학의 케네스 로젠버그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국과 캐나다의 조류 개체 수가 1970년대에는 약 101억 마리에 달했으나 현재는 약 72억 마리로 29%가량 급감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밝혔다.
연구팀은 1970년부터 실시된 13개 조류 개체군 조사 통계와 철새를 포착한 기상 레이더 자료, 컴퓨터 모델링 등을 통해 북미지역 조류 529종의 개체 수 변화를 분석했다. 이는 북미지역 조류 종의 4분의 3 이상을 망라하는 것으로, 연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종은 대부분 개체 수가 적은 것들이다.
연구팀은 집참새를 비롯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새들이 아예 사라질 단계는 아니지만 가장 많이 줄어들며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들종다리는 4분의 3 이상이 줄어들었으며 콜린 메추라기는 80%가량 급감했다.
이들 보통 새는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종 새처럼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벌레를 잡아먹고 꽃가루와 씨앗을 옮기는 등 생태계 유지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와 관련,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학의 생물학자 힐러리 영 박사는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참새나 다른 평범한 작은 새의 감소는 대머리독수리나 캐나다 두루미 등의 개체 수 감소처럼 주목받지는 못하지만, 이들보다 (생태계에) 훨씬 더 큰 충격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야생 조류의 개체 수가 줄어든 이유까지 분석하지는 못했으나 서식지 감소와 고양이 증가, 유리창 건물 확산 등이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2015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고양이가 북미에서만 연간 26억 마리의 새를 잡아먹고 있으며, 건물 유리창이나 차에 부딪혀 죽는 새도 각각 6억2천400만마리와 2억1천400만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 파랑새를 비롯해 인간이 보호 노력을 기울여온 새들은 개체 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인간의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로젠버그 박사는 이번 연구와 관련,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보아온 새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에서 무서운 것 중 하나는 바로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으로, 너무 늦은 다음에야 뒤늦게 알아챌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자연사박물관의 조류 담당 수석 큐레이터인 조엘 크래프트는 AP통신과의 회견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한 모든 사람의 두려움에 수치를 입힌 기념비적인 논문"이라면 "우리 중 상당수가 추정해온 것보다 훨씬 더 혹독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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