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정회는 위법"…스코틀랜드 법원, 항소심서 판결 뒤집어(종합)
재판부 "의회 정회, 의회 가로막으려는 부적절한 목적으로 보여"
야당 "정부, 의회 다시 열어야"…다음주 대법원 상고심서 최종 판결 전망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법원이 항소심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는 '의회 정회'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본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으로, 대법원에서 최종 위법 여부가 판가름 날 예정이다.
11일(현지시간) 공영 B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최고 민사법원(Court of Session)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은 의회를 방해하려는 부적절한 목적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의회 정회 결정은 위법하며,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미 지난 10일 오전 의회 정회가 시작된 상황에서 이를 취소하는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대신 다음 주 예상되는 대법원 상고심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BBC는 이번 판결이 의회 정회와 관련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항소심 판결에 실망했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정부는 여러 강력한 국내 입법 어젠다를 내놔야 한다. 의회 정회는 이를 위해 필요한 방법이며 합법적이다"라고 주장했다.
BBC는 상고심 심리가 17일 열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조안나 체리 의원과 조 스위슨 자유민주당 대표 등 영국 상·하원 의원 75명은 시민단체 '굿 로 프로젝트'(Good Law Project)와 함께 '노 딜'(no deal) 브렉시트를 위해 의회를 정회하는 것은 "불법이자 헌법에 위반된다"며 이의 중단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민사법원은 이달 초 1심 판결에서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결정은 정치인과 유권자들이 판단할 문제지 법원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며, 위법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이에 체리 의원 등은 법원 판결에 항소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2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오는 10월 14일 '여왕 연설'(Queen's speech)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여왕은 이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의회는 지난 10일 오전부터 여왕 연설이 열리는 10월 14일까지 5주간 정회한다.
영국에서는 여왕 연설 전 의회를 정회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날 항소심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야당은 일제히 정부에 정회한 의회를 다시 열 것을 요구했다.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겸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는 이번 판결이 "막대한 헌법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면서 "의회가 즉각 재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스터전 수반은 "존슨 총리의 행동은 터무니없고 무모했다"면서 "그는 헌법적 규칙과 기준을 완전히 무시해왔다"고 지적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예비내각 브렉시트부 장관은 당장 이날 오후 의회를 열어 이번 판결은 물론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상 출신으로 보수당에서 최근 제명된 도미닉 그리브 의원은 "존슨 총리가 여왕을 호도한 만큼 신속히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이같은 야당의 의회 재개 요구는 거절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항소심 판결과 별개로 런던 고등법원(High Court)은 지난 6일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가 "불법적인 권한 남용"이라며 이의 중단을 요구하는 사법 심리를 기각했다.
심리를 요청한 여성 기업가이자 저명한 브렉시트 반대 활동가인 지나 밀러는 즉각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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