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존슨 압박 통했나…"EU 브렉시트 시한 연장 원한다"

입력 2019-08-31 13:57
英 존슨 압박 통했나…"EU 브렉시트 시한 연장 원한다"

"협상 앞두고 영국측 협상력 떨어뜨리려는 것"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유럽연합(EU)이 영국과 합의없는 결별, 이른바 '노 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10월 31일인 브렉시트 시한을 재차 연장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일단 브렉시트를 강행하고 보겠다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엄포에 EU가 분열 양상을 보인다는 브렉시트 찬성파 의원들의 관측 속에 나와 주목된다.

30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노동당 출신으로 2000년대 후반 영국을 이끌었던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이날 에딘버러에서 열린 싱크탱크 행사에서 "내주 EU가 10월 31일 시한을 철회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이번 주 일부 유럽 지도자들과 대화를 했다"면서 "정보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더는 시한을 고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10월 31일이 영국 EU 탈퇴의 최후 시한이 돼야 한다며 브렉시트 시한 장기연장에 반대해 온 마크롱 대통령이 입장을 완화했다는 것이다.

이어 브라운 전 총리는 27개 EU 회원국 모두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원한다면서 시한이 연장되면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의 구실이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도 "(브렉시트 시한) 추가 연장이 확실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임기가 시작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차기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타당한 이유가 제시된다면 (브렉시트 시한) 재연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U의 입장 변화는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영국과의 실무 협상을 앞두고 나와 주목된다.

이런 EU의 입장 변화는 존슨 영국 총리의 노 딜 브렉시트 불사 입장을 누그러뜨리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필요하다면 브렉시트를 재차 연기하고 당분간 EU에 잔류한다는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벼랑 끝 전술을 꺼낸 영국 측의 협상력을 떨어뜨리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브렉시트 찬성파들은 오히려 EU가 압박에 굴복한 징후라고 해석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데이비드 데이비스 전 브렉시트부 장관은 "이는 우리의 뜻을 약화하기 위한 시도이지만, 그들이 노딜을 우리보다 더 두려워하고 있다는 징후이기도 하다. 그들은 그것(노딜 브렉시트)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이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그들에게 굴복했을 때보다 훨씬 건설적인 접근을 보인다"고 꼬집기도 했다.

반대로 야당과 여권 일각의 브렉시트 반대파는 내달 여름 휴회를 마치고 다시 열리는 하원에서 브렉시트 기한을 재차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키어 스타머 노동당 예비내각 브렉시트부 장관과 보수당의 필립 해먼드 의원이 입법을 주도하고 있으며,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와 조 스윈슨 자유민주당 대표도 이에 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존슨 총리는 오는 10월 31일 EU에서 탈퇴할 것이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브렉시트가 재차 연기된다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항구적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회가 '노 딜' 브렉시트를 가로막으려고 시도할수록 오히려 '노 딜'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브렉시트를 멈출 수 있고 영국이 (EU에) 잔류할 수 있다고 마음 한구석으로 생각하는 친구와 동료가 많아지면 그들(EU)이 우리가 원하는 합의를 해 줄 가능성은 더욱더 작아진다"고 경고했다.

영국은 당초 3월 29일로 예정됐던 브렉시트를 올해 10월 31일로 두 차례에 걸쳐 연기하고 기존 합의문에 대한 재협상을 추진해 왔다.

한편, 프랑스 정부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자 영국을 오가는 화물트럭 등을 중심으로 한달간 예행연습에 들어갔다.

이달 중순 유출된 영국 국무조정실 문서는 영국에서 프랑스로 건너가는 대형 트럭은 통관 절차 강화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최장 2.5일까지 통관이 지연될 수 있고 물동량이 일시적으로 40∼60% 수준으로 급감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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