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 vs '저지입법·불신임'…英의회 '브렉시트 대격돌'

입력 2019-08-29 11:38
'정회' vs '저지입법·불신임'…英의회 '브렉시트 대격돌'

정회로 의회 논의 기간 3주 이내로 단축…야권도 총력 대응

불신임 가결되면 10월 조기총선 가능…예측불가 정국 전개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 탈퇴 예정일을 앞두고 의회를 멈춰 세우는 초강수를 두고 야당이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대격돌이 예고됐다.

야권이 영국의 합의 없는 EU 탈퇴(노딜 브렉시트)를 저지하기 위해 계획 중인 존슨 정부 불신임에 성공한다면 향후 영국 정치는 '시계 제로'의 격랑에 빠져들 수 있다.



◇ "노딜 브렉시트 저지 입법, 저지 의도"

존슨 총리는 28일(런던 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10월 14일에 새 회기를 시작하는 '여왕 연설'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여왕은 이를 승인했다.

애초 영국 의회는 여름 휴회를 마치고 다음 달 3일 속개했다가 13일부터 전당대회를 위해 3주 남짓 휴회하고 10월 9일 다시 모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존슨 총리의 정회 결정으로 임박한 브렉시트을 앞두고 이 문제를 토론·표결할 기간이 '약 5주'에서 '3주 미만'으로 2주가량 단축됐다.

정회를 앞두고 다음 달 제출될 예정인 브렉시트 관련 법안이 표결에 부쳐지지 못하면 새 회기로 이관되지도 않는다.

앞서 존슨 총리는 10월 31일에 "무슨 일이 있어도 EU를 떠난다"고 선언했다.

정회라는 초강수를 택한 의도는 의회의 활동 기간을 단축해 야권과 일부 보수당 의원들이 계획한 '노딜 브렉시트 저지 입법' 등 의회의 브렉시트 방해를 어렵게 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국운이 걸린 사안을 앞두고 의회를 세우는 조처에 야당과 의회주의자들은 '위헌적'이라거나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경악했다.

또 정회(prorogue)를 막아달라는 온라인 청원에는 불과 몇 시간 만에 110만명 이상이 서명하는 등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존슨 총리 측은 이번 조처가 합법적이며 브렉시트 논의를 차단할 의도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총리실 관계자는 정회로 줄어드는 절대적인 회기는 나흘뿐이라고 강조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 야권은 브렉시트 저지 입법 후 불신임 추진…성공하면 조기 총선

의회 논의 기간이 줄어들면서 노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해 야권이 합세해 추진하는 원내 대응이 가능할지가 관심사다.

코빈 노동당 대표는 다음 달 3∼12일 개회 기간에 노딜 브렉시트 저지 입법에 나서고 실패한다면 불신임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코빈 대표는 "다음 주 의회는 (중략) 그가 하는 일을 막기 위한 입법을 가장 먼저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이미 스코틀랜드에서 '노딜 목적의 정회'의 불법성을 따지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소송을 통해 저지하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촉박하며 위법성을 입증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 등의 거센 반발에도 정회 조처 자체는 전적으로 합법적이기에 법으로 정회를 막기는 어려우리라고 국영 BBC 등 영국 매체들은 전망했다.

그보다는 노동당을 주축으로 존슨 총리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추진하는 것이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일간 가디언은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 조치이후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의 정당 연대세력이 존슨과의 격돌을 위한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저지 입법이나 불신임안이 처리되려면 보수당 내 이탈표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이런 가운데 보수당 내 브렉시트 반대파조차 노동당 코빈 대표의 권력 장악에는 부정적인 기류여서 불신임안 표결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브렉시트를 반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존슨 정부에 대한 불신임 추진이 실패할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다음 달 10일 이전에 불신임안이 가결된다면 10월 조기 총선도 가능하다.

총선에서 보수당이 승리한다면 브렉시트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여론조사를 보면 보수당 승리 가능성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린다.

지난달 존슨 총리 취임 후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은 31% 지지율을 기록했고, 야당 지지율은 21%에 그쳤다.

그러나 사실상 노딜 브렉시트 찬반 투표로 전개될 총선에서 득표율, 특히 승패의 변수가 될 기타 야당의 득표율은 누구도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보수당이 여유 있게 승리한다면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브렉시트당은 존재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기에 어떤 전략을 택할지 속단하기 어렵다.

어쨌든 존슨 총리의 거침없는 정회 승부수로 영국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만은 분명하다.



한편 EU 지도자들은 존슨 총리의 정회 조처에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이는 메이 전 총리의 합의안보다 영국 입장에서 더 나은 합의가 가능하다는 인상을 조금이라도 준다면 영국 내 잔류파나 노딜 반대파가 정치적으로 대패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국영 BBC가 분석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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