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사 거론됐던 비건, 이번엔 '국무부 부장관 검토설'
폴리티코 "비건 대북특별대표, 국무부 부장관 임명 심각 고려되고 있어"
"비건, 보람없는 자리라며 현직 물러나길 원한다고 얘기해 와"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한때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로 낙점됐다는 소문에 휩싸였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이번에는 국무부 '2인자'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6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정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비건 대표를 국무부 부장관직에 임명하는 방안이 심각하게 고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는 존 설리번 현 국무부 부장관이 오는 10월 초 공석이 되는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로 이동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설리번 부장관이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로 선택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상당히 그럴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그전까지 미 언론에서는 차기 러시아 대사에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해온 비건 대표가 낙점될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비건 대표는 "러시아에서의 외교업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폴리티코는 이와 관련해 비건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고, 주러시아 대사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국무부 부장관 인선에 관한 절차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미 정부 당국자 상당수는 비건 대표를 유력한 차기 부장관 후보로 보고 있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트럼프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내부 인사가 좋다"면서 "이런 이들은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고 비밀취급 인가도 이미 갖고 있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관련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비핵화 협상이 진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비건 대표가 최근 들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직을 내려놓고 싶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고 보도했다.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보람이 없는'(thankless) 자리라면서 대표직에서 물러나길 원한다는 의사를 동료들에게 피력했다는 것이다.
미 공화당 소속의 한 외교정책 담당자는 "자신은 북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북한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하고만 만나려 드는 것은 매우 짜증 나는 상황"이라면서 "북한과의 협상은 희망이 없다. 그들은 정상 간 회담만 원하기에 그(비건 대표)의 레벨에선 어떠한 실질적 회담도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폴리티코는 비건 대표가 국무부 부장관으로 발탁될 경우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당분간 공석이 되겠지만, 어차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관련 행사에서 비건 대표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국무부 부장관직을 제안할 경우 비건 대표가 받아들일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비건 대표는 관련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 내부에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중앙정보국(CIA) 국장이던 시절 CIA 서열 3위인 운영총괄(COO)을 맡았던 브라이언 불라타오 국무부 차관도 부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백악관은 이와 관련해 언급을 거부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내년 캔자스주(州)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차기 국무부 부장관은 장관 대행 역할을 맡게 될 공산이 크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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