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망원경도 못잡던 120억년 전 고대 은하 무더기 관측
우주 초기 10억~20억년 대형 활동은하 39개 찾아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우주가 생성되고 20억년이 채 안 된 시기에 별을 활발히 만들어내는 대형 고대 은하가 무더기로 발견돼 학계에 보고됐다.
이는 우주 초기에 대형 활동 은하가 드물 것으로 제시해온 현재의 우주 모델들과는 상치하는 것으로 이론 수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와 과학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도쿄대학 천문학연구소의 왕타오 연구원과 프랑스 대체에너지·원자력위원회 천문학자 다비드 엘바즈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137억년에 달하는 우주 역사에서 초기 10억~20억년 사이에 활발하게 별을 생성하는 대형 고대 은하 39개를 확인했다.
이 은하들은 태양 400억개에 달하는 질량을 갖고 있으며, 매년 약 200개의 새로운 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은하들은 대형 은하지만 120억광년 안팎의 먼 거리에 있어 빛이 희미한 데다 두꺼운 먼지가 이를 가리고 있어 허블 우주망원경(HST)에는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은하 관측을 방해하는 먼지가 빛을 흡수하면 온도가 올라 적외선 파장을 내는 것을 활용해 대형은하의 존재를 확인했다.
우선 허블망원경이 고감도 이미지를 촬영한 3개 구역을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스피처 우주망원경을 통해 중적외선 파장으로 관측해 63개의 은하 후보를 찾아냈다. 그런 다음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된 전파망원경 배열인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집합체(ALMA)'를 이용해 공간 분해능이 더 뛰어난 원적외선파장으로 각 은하후보들을 정밀 관측했다.
이를 통해 허블망원경으로는 포착되지 않던 대형 고대 은하들을 찾아내 'H-드롭아웃' 은하로 분류했다.
연구팀은 은하가 클수록 은하 중심의 초질량블랙홀도 크며, 고대 대형 은하의 진화에 대한 연구를 통해 초질량블랙홀의 진화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엘바즈 박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일찍 큰 활동성 은하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면서 이번 관측은 기존 이론에 도전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왕 연구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관측결과는 이 시기의 우주진화에 관한 모델들과 배치되며, 지금까지 빠져있었던 부분의 세부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그러나 "대형 고대 은하들이 광파장으로는 보이지 않아 은하의 화학성분을 조사하고 별을 분석하는데 이용되는 분광법을 활용하기가 매우 어려우며 ALMA로도 부족해 새로운수단이 필요하다"면서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과 같은 첨단 장비가 배치돼 고대 은하를 정밀 관측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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