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인 52% "핵전쟁 개시 우려"…INF조약 폐기 후 관심 고조

입력 2019-08-07 16:58
러시아인 52% "핵전쟁 개시 우려"…INF조약 폐기 후 관심 고조

최근 여론조사 결과…79%는 "핵전쟁 나면 생존 가능성 없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국민의 50% 이상이 다양한 정도로 핵전쟁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전(全)러시아여론연구센터(브치옴)가 6일(현지시간) 공개한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의 52%가 여러 수준에서 핵전쟁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신은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로 핵전쟁 개시를 우려하나'라는 질문에 33%가 "일정 정도 우려한다", 14%가 "심하게 우려한다"고 답했고, 5%는 "지속적 공포를 느낀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우려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46%)보다 더 많았다.

또 응답자의 79%는 핵전쟁이 일어나면 지하대피소 등에 숨더라도 생존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러시아에는 냉전 시절인 1950년대에 주로 건설된 지하대피소 시설이 아직도 남아 있으나 대부분이 낡아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핵무기 사용과 관련 러시아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나라로는 60%가 미국, 13%가 중국, 6%가 영국을 꼽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3일 러시아의 18세 이상 성인 1천6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고 브치옴은 설명했다.

최근 미국과 러시아 간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이 폐기되면서 러시아에서도 핵전쟁 위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고 BBC 방송 러시아어 인터넷판은 전했다.

세계 2대 핵강국인 미·러 간의 주요 핵통제 조약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아온 INF는 지난 2일 미국이 조약에서 공식 탈퇴하면서 폐기됐다.

INF 조약은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87년 12월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사이에 체결돼 이듬해 6월 발효했다.

조약 발효 후 3년 내로 사정거리 500~5500km의 지상 발사 중·단거리 핵미사일을 폐기하기로 하고,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미사일 2천692기를 없앴다.

하지만 이후 러시아가 INF에 저촉되는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미국이 2000년대 들어 유럽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구축하면서 양국 간에 조약 위반 논쟁이 벌어졌고 오랜 기간 상호 비방전 끝에 폐기됐다.

INF 조약과 함께 미·러 간 핵통제 질서를 지탱했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의 운명도 불투명해지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New START는 2010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현 총리)이 서명해 이듬해 2월 발효됐다.

양국이 2018년까지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천550개, 운반수단(미사일과 폭격기 등)을 700기 이하로 줄이는 내용이 골자다.

2021년 2월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양측이 합의하면 협정이 5년간 연장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 조약 연장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러시아도 미국이 협정에서 탈퇴하면 맞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INF에 이어 New START까지 폐기되면 미·러 간 핵통제 협정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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