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합의 주역 이란 외무까지 제재…"최고지도자 위해 활동"(종합)
협상문 열어둔다면서도 '최전선' 외무장관 제재…갈등 심화 예고
이란 외무 "이란 외부에 재산 없어…나와 가족에 아무런 영향 못미쳐"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김호준 기자 = 미국이 이란과의 갈등 속에 2015년 핵 합의의 주역인 이란 외무장관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이란과의 협상의 문은 여전히 열어두겠다고 밝혔지만, 협상의 최전선에 선 외무장관까지 제재 대상으로 삼으면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 재무부는 31일(현지시간)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리프 장관의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미 재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및 관련자 제재를 위한 행정명령을 내린 데 이어, 최고지도자를 위해 활동해온 자리프 장관을 제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성명에서 "자리프는 이란 최고지도자의 무모한 어젠다를 실행하고, 세계를 상대하는 이란 체제의 핵심 대변인"이라며 "미국은 이란에 그들의 최근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제재 배경을 설명했다.
뉴욕 유엔본부 방문을 포함한 자리프 장관의 미국행에 대해서는 사례별로 비자 발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9월에 열리는 연례 유엔총회에 자리프 장관의 참석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면서도, 자리프 장관에 대한 제재는 잠재적으로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가능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대화의 창을 열어두고 있으며 핵심 의사결정권자를 상대하기를 원한다면서, 자리프 장관은 그러한 상대로 여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제재 대상이 된 자리프 장관은 트위터에 "미국이 나를 지목한 이유는 내가 전 세계를 상대하는 핵심 대변인이기 때문"이라며 "진실이 (그대들에게) 고통스러운가? 나는 이란 외부에 재산과 이해관계가 없기 때문에 제재는 나와 우리 가족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나를 당신들의 어젠다에 대한 커다란 위협으로 여겨줘서 감사하다"고 썼다.
므누신 재무장관은 자리프 장관의 소셜 미디어 활동에 대해 이란의 "프로파간다와 허위 정보"를 퍼트린다면서, 반면 이란 정부는 그들의 시민에겐 그런 미디어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한편, 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민주당)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입장이 정말 이란과 협상하기를 원하는 것이라면 그들의 수석 협상가를 제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학생과 외교관으로 미국에서 30년 가까이 체류한 경험이 있는 자리프 장관은 2015년 이란 핵 합의를 성사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중대 외교성과로 꼽혀온 이란 핵 합의 탈퇴를 공언했고 당선 후 실행했다.
당초 미 재무부는 지난달 24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면서 자리프 장관도 며칠 내로 제재하겠다고 밝혔으나 한 달 이상 지난 이 날 제재를 단행했다.
오만해에서 유조선 피격 사건이 잇따른 데 이어 지난달 20일 이란이 미국 무인기를 격추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날 군사 공격을 준비했다가 취소했다고 밝히는 등 최근 몇 달 동안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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