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보기관원들, 총통 해외순방 때마다 대규모 담배 밀수

입력 2019-07-25 13:33
대만 정보기관원들, 총통 해외순방 때마다 대규모 담배 밀수

2014년부터 6년간 담배 3만5천여 보루 구매…이전 구매자료는 사라져

(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 해외순방 수행원의 전용기를 이용한 대규모 담배 밀수사건의 파문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25일 빈과일보 등 대만언론은 대만 정보기관원들이 총통의 해외 순방 때마다 조직적으로 면세 담배 밀수를 자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왕궈차이(王國材) 교통부 차장(차관)은 전날 오후 중화항공을 방문해 지난 2014년부터 6년간 총통 전용기에서 구매한 면세담배가 3만5천여 보루에 달한다는 자료를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전 자료는 중화항공이 2013년 컴퓨터 시스템을 교체해 찾을 수 없다고 부연했다.

왕 차장은 이번 사건에 중화항공 고위층이 연루됐는지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자신은 "정말 모른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언제부터 이 같은 일이 시작됐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빈과일보는 이 자료를 인용해 정보기관원들이 총통 전용기를 이용해 담배를 밀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그 수량도 갈수록 늘었다고 언급했다.

마잉주(馬英九) 총통 재임 시절인 2014년 4월 담배 288보루를 밀수한 것을 시작으로 2016년 3월 마지막 순방 시에는 3천677보루로 약 12배 늘어났으며,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을 했던 2016년 6월 342보루에서 이번 순방에서 9천874보루로 약 28배 증가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지난 23일 국가안전국(NSB·국가정보원 격) 직원의 밀수 담배 사건을 폭로한 황궈창(黃國昌) 시대역량 입법위원(국회의원)은 밀수 담배를 운송한 차량이 총통부 소속이라고 24일 주장해 파문을 키웠다.



황 입법위원은 이어 검찰이 중화항공 측 증거 확보에 늑장을 부리며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중화항공이 관련 전자기록을 모두 처리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냐"며 비난했다.

이와 관련, 딩윈궁(丁允恭) 총통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이번 사건에 대한 첫 언론 브리핑에서 총통부의 차량이 밀수 담배 운송에 동원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차량 배치와 조정은 총통부 경호실에서 책임지는 사안이라며 총통과의 연계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이어 차이 총통이 이 사건에 진노해 펑성주(彭勝竹) NSB 국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으로 추궈정(邱國正) 퇴역군인회(국가보훈처 격) 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신속한 인사 조처를 하고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그동안 침묵을 지켜오던 대만 국가안전회의(NSC)도 결국 이번 면세담배 밀수 사건에 참여한 직원이 있다고 인정했다.

관세행정을 담당하는 재정부 관무서(關務署)는 전날 긴급회의를 열어 오는 8월 말까지 전용기 수하물 관리와 경보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차이 총통의 지시로 수행단의 수하물도 일반 여행객과 동일하게 검사대를 통과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3일 대만언론은 차이 총통의 순방에 동행한 NSB 직원 우쭝셴(吳宗憲)이 총통의 국빈 방문 시 화물에 대한 세관 검사가 생략되는 점을 이용해 면세 담배 9천800보루를 밀수하려던 것을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우쭝셴 소령 등 2명은 부정부패 혐의로 구속 수감됐으며, 사건에 연루된 중화항공 관계자들도 조사국의 밤샘 조사 후 타이베이 지검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jinbi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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