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일각서 '대미 대화론' 제기…前대통령 "40년 적대 풀어야"

입력 2019-07-21 16:23
이란 일각서 '대미 대화론' 제기…前대통령 "40년 적대 풀어야"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前 이란 대통령 NYT와 인터뷰

"트럼프는 사업가…비용·편익 계산해 결정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란 정가의 일각에서도 미국과 직접 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화론을 주창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마흐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이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40년 동안 쌓인 이란과 미국의 적대관계를 해소할 때가 왔다고 주장한다.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행동하는 사람"이라며 "그는 사업가여서 비용과 편익을 계산해 결정할 수 있다. 우리가 그에게 장기적인 비용과 편익을 계산하고, 근시안적으로 되지 말자고 말하자"고 밝혔다.

NYT는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는 이란 무인기를 격추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기 전에 이뤄졌으나, 19일에도 그는 보좌관을 통해 양측이 대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화론을 제기한 것은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18일 미국이 경제 제재를 해제하면 서방과의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정한 시점보다 이르게 핵확산금지조약(NPT) 추가의정서(Additional Protocol)를 의회가 비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2015년 이란 핵합의의 주역인 자리프 장관은 이란 내 온건파지만,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강경파로 분류된다고 NYT는 소개했다. 아마디네자드는 대통령 재직 때 자리프를 정부에서 몰아낸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둘 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대화를 모색하는 셈이다.

다만 아마디네자드는 자화자찬식의 선동으로 '이란판 트럼프'라는 이란 내 일부 시각도 존재한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다른 강경파 인사들과 달리 이란 혁명수비대가 이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비난하는 등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감히 언급하지 못하는 것을 대담하게 이야기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아마디네자드는 최근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1979년 이란 혁명으로 시작된 분쟁, 미국 대사관 점거와 인질사태, 지역 간섭에 대한 상호 비난 등 모든 것을 미국과 이란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NYT에 따르면 아마디네자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세 차례 편지를 썼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축하를 위해 2017년 2월,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 직후인 2018년 6월, 미국과 이란이 걸프만에서 대치하던 지난달에 각각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과 백악관 이메일 주소로 편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편지를 받았는지는 불분명하다.

아마디네자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접촉 시도 때문에 질책을 받은 적이 없으며,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라 하메네이도 트럼프 행정부가 접근법을 바꾸면 미국과의 대화를 승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NYT는 또한 이란 현지 매체를 인용해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이외 적어도 3명의 저명한 보수주의자가 미국과의 대화를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가 정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란 내 영향력이 큰 혁명수비대의 사령관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대화는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란 최고지도자는 미국과 어떤 거래도 배제하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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