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출규제, 최대 수혜자는 美마이크론?…주가 30%대 급등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일본의 반도체 소재 대한(對韓) 수출규제 여파로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반도체 업체의 주가도 살아나는 가운데 미국 마이크론이 최대 수혜자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 주가는 11일(현지시간) 현재 43.48달러로 지난달 25일 대비 33.0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005930]는 1.32% 오르고 SK하이닉스[000660]는 13.19% 상승했다.
이처럼 마이크론의 주가 상승률이 월등히 높은 것은 우선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이 영향을 받을 경우 마이크론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퍼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의 수출규제 강도가 강하면 재고관리가 빡빡한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의 수급 문제 등으로 인해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사업 구조가 동일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주가가 벌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마이크론이 지난달 25일 시장 기대치 이상으로 양호한 전분기(3~5월) 실적을 발표하고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 10% 감축 등 감산 계획을 밝힌 것도 마이크론 주가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실적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마이크론 주가는 13.34% 급등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마이크론 주가가 실적발표 이전까지 많이 떨어졌던데다가 실적이 예상보다 좋았고 하반기에 공급량을 조절해서 업황이 좋아지도록 노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 주가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어쨌든 마이크론이 일본의 수출규제로 혜택을 보면서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한일 간 중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음모론'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본 수출규제로 반도체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미국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런 음모론은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대체로 평가하고 있다.
단적으로 마이크론의 시가총액은 11일 현재 약 480억 달러(약 56조6천억원)인 데 비해 삼성전자 등으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는 애플의 시총은 9천283억달러(약 1천94조원)에 달한다. 결국 반도체 수급 차질이 빚어질 경우 미국 경제는 물론 미국 증시에도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셈이다.
김양재 연구원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수많은 미국 기업이 부품을 공급받을 뿐만 아니라 양사에 소재를 공급하는 미국 업체들도 많다"며 "마이크론의 반사이익은 다른 미국 IT기업들의 피해 규모와 비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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