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메모 유출' 갈등 美-英, 브렉시트 무역협상 돌연 연기

입력 2019-07-10 10:30
'대사 메모 유출' 갈등 美-英, 브렉시트 무역협상 돌연 연기

英 총리 후보들 트럼프 발언에 입장차…헌트 "무례"·존슨, 가벼운 비평만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혹평한 주미 영국대사의 메모 유출이 촉발한 미국과 영국의 갈등이 양국 간 무역 협상으로 번졌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 더 타임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열릴 예정이던 브렉시트 관련 양국 무역 협상이 돌연 취소됐다.

협상에는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과 리엄 폭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 등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앞서 영국 총리실이 문건 파문의 주인공인 킴 대럭 대사의 협상 불참 가능성을 내비치고, 폭스 장관도 이방카 보좌관에게 사과하겠다고 밝히는 등 트럼프 대통령을 달래려 했으나 불발된 것이다.

미국 상무부 대변인은 다음 협상 일정을 재조정 중이라고 확인했지만, 왜 이날 협상이 취소됐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무역 협상 취소는 대럭 주미영국대사가 트럼프 행정부를 노골적으로 깎아내린 메모가 최근 공개된 이후 양국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벌어졌다.

대럭 대사가 메모에서 트럼프 행정부를 "서툴다" "무능하다" "불안정하다"고 평가하자 이에 발끈한 트럼프 대통령은 대럭 대사에 대해 "더는 상대하지 않겠다"며 영국에 사실상의 대사 교체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만찬 행사를 앞두고 대럭 대사 초청을 전격 취소한 데 이어 트위터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까지 싸잡아 비난하는 등 연일 공세 수위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영국 총리실은 메이 총리가 대럭 대사를 전적으로 신임하고 있다며 "그(대럭 대사)는 총리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업무를 계속 수행할 것"이라고 옹호했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양국 갈등은 메이 총리의 뒤를 이을 신임 총리 선출 과정에서도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총리 후보 중 하나인 제러미 헌트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내는 발언에 대해 "무례하고 잘못된 것"이라며 각을 세웠다.

헌트 장관은 트위터에서 "친구들이 솔직하게 말하니 나도 그러겠다: 이런 코멘트들은 무례하고 우리 총리와 내 나라에 잘못된 것"이라며 "메이 총리가 당신(트럼프 대통령)에게 늘 그랬듯이 동맹국은 존경심을 갖고 상대를 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사들은 영국 정부가 임명했다"며 "만일 내가 총리가 된다면 우리 대사를 계속 기용할 것(stay)"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은 보수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9일 진행된 TV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가벼운 비평만 내놓으며 대럭 대사의 임기 등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존슨은 외교 문서 유출자를 "제거해야 한다"며 "미국과는 가까운 파트너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통상 대사 임기는 3년∼5년으로 지난 2016년 1월 워싱턴에 부임한 대럭 대사는 올해 연말까지 대사직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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