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기생충' 각각 1천만명 고지 밟을까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중학교 3학년 딸을 둔 회사원 김 모(51) 씨는 요즘 출근길에 '알라딘'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를 듣는 재미에 빠졌다.
김 씨는 "영화를 보고 재스민 공주 역할에 크게 감동했다"면서 "여성이 더는 종속변수가 아니라 주체이자, 세상 변화의 주인공이 된다는 메시지는 제가 딸에게 평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많이 냈고, 심지어 직접 문화관람권을 사 줘가면서까지 영화를 보라고 독려했다"고 전했다.
영화 '알라딘'이 1천만 고지를 눈앞에 뒀다. 이달 7일 기준 누적 관객 수는 922만2천768명. 지난 5월 23일 개봉해 7주째 박스오피스 선두권을 유지한 결과다.
이달 2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이 주말 극장 매출 70% 가까이 쓸어 담으며 독식한 가운데 '알라딘'은 2위 자리를 꿋꿋이 지켰다. 심지어 좌석판매율은 '알라딘'이 62.0%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49.8%)보다 훨씬 높았다. 4DX 상영관은 자리가 없어 인터넷에 암표가 등장할 정도다.
'알라딘' 주 관객층인 20~30대를 중심으로 'N차 관람'이 이어지는 데다, 기말고사를 마친 중고등학생들의 유입도 이어졌다. '알라딘' 재관람률은 7.8%에 달한다. '보헤미안 랩소디'(9.3%)보다는 낮지만, 역대 850만∼900만명가량을 동원한 다른 작품과 비교해서는 높은 편이다.
특히 여성 관객 호응이 높다. CGV에 따르면 '알라딘'의 여성과 남성 관객 비중은 각각 71%와 29%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여성과 남성 비중인 54%와 46%와는 대조를 이룬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감성을 살리면서 시대 변화에 맞춰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변모시킨 점이 공감을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알라딘'의 스크린 수는 현재 840여개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천128개)의 절반도 안 된다. 극장 관계자는 "이번 주 개봉하는 신작들의 공세를 잘 견뎌낸다면 1천만 돌파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지금까지 1천만명을 넘은 외화는 2009년 '아바타'(1천362만명), 2014년 '인터스텔라'(1천27만명), 2014년 '겨울왕국'(1천29만명), 2015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1천49만 명), 2018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1천121만명) ,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1천382만명) 6편뿐이다.
한국영화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기생충' 역시 누적 관객 977만4천310명을 기록 중이다. 1천만명 고지까지는 약 22만명만 남았다. 한 달 넘게 박스오피스 4위를 유지하며 평일에는 2만명, 주말에는 하루 3만명 안팎이 들고 있다.
현재 스크린 수는 400여개다. 이번 주에는 한국영화 신작 '기방 도령' '진범' '난폭한 기록' 등이 줄줄이 개봉한다. '기생충'이 신작 공세를 이겨내고 장기 상영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극장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1천만명 직전에서 멈출지, 아니면 조금 넘을지 전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생충'은 1천만명 돌파와 상관없이 높은 완성도와 예술성을 지닌 영화도 상업적 흥행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한 작품이어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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