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남은 3년은 결실의 시간…서울시 정책이 표준 됐다"(종합)

입력 2019-07-07 19:07
박원순 "남은 3년은 결실의 시간…서울시 정책이 표준 됐다"(종합)

민선 5·6기 이어 3번째 임기 1년…"무상급식 논란·재개발 갈등 정상화"

"공공임대주택에 최대 역점…돈 찍어내는 꿈꾸고 더 큰 권한에 목말라"

"한 사람이 끌고가는 시대 아냐…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나 자신"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김지헌 기자 = 8년간 서울시장 자리를 지켜 온 박원순 시장이 3번째 임기의 첫 1년을 보낸 소회를 밝히고 남은 시간 결실을 보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4일 언론 간담회를 갖고 "민선 5기가 정상화, 6기가 차별화의 시기였다면 7기는 표준화의 시기"라며 "남은 3년간 결실을 거둬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8년을 회고하면 한 마디로 시민의 시대를 열었다"며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정을 펼쳐왔고 시민을 서울시 조직표 제일 위에 배치해 힘써왔다"고 돌아봤다.

그는 "제가 취임하게 된 것은 친환경 급식 문제 때문이었고 첫 결제도 그 안건이었다. 현재 73만명의 아이가 친환경 급식을 즐기고 있다"며 "당시엔 서울시 1천여곳의 뉴타운과 재개발 지역 찬반 갈등이 어디에나 있었다"고 떠올렸다.

취임 이후 무상급식 논란과 재개발 갈등을 비롯한 과거의 비정상적 상황을 정상화했다는 것이 박 시장의 설명이다.

박 시장은 "민선 6기 들어 다양한 방면의 혁신을 추구했고 기존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며 "2천명 넘는 복지 담당 공무원을 늘리고 '찾아가는 간호사'까지 만들어서 과거 '송파 세 모녀' 같은 사건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3선 이후, 또는 바로 그 직전부터는 표준화의 시기"라며 "서울시가 했던 정책, 변화, 혁신이 전국화하고 심지어는 세계로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서울시의 검증된 정책과 인재를 가져다 쓰겠다고 하셨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이순신 장군께선 12척의 배가 있다고 하셨는데 제게 앞으로 남은 3년은 아직 긴 시간이기는 하나 제가 더는 서울시장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잘 집중하고 정리해서 결실을 거둬야 하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최대 3선까지 연임할 수 있으므로 이번 임기가 끝나면 박 시장은 다시 서울시장에 출마할 수 없다.



가장 역점을 두는 정책은 공공임대주택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공적 주택"이라며 "서울 시민은 주거 불안이 삶의 가장 큰 위협이 된다. 임기가 끝나는 시점이면 서울 주택의 10%가 넘는 약 40만호의 공적 주택이 생긴다. 신혼부부를 위해서는 5만쌍이 결혼하면 1만7천쌍 정도에는 집을 제공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테랑 시장'인 만큼 매일 노심초사하는 대신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고도 했다.

박 시장은 "요즘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을 듣는데 행복하기로 스스로 결단해서 그렇다"며 "시민운동을 할 때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돈도 사람도 권한도 없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지금도 전지전능하지는 않고 매일 밤 시립 조폐창을 만들어서 돈을 찍어내는 꿈을 꾸곤 하지만, 그래도 35조원이 되는 예산과 산하기관까지 하면 4만6천명의 훌륭한 인재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가"라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여전히 좀 더 큰 권한에 목마르지만, 이를 통해서 세상을 바꾸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또 서울의 미래를 개척해내는 것이 너무나 행복한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또 "서울시 출입 기자가 200명쯤 되다 보니 때로는 굉장히 힘들기도 하고 시의회에 불려가면 며칠 동안 괴로운 시간을 갖기도 하지만, 이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진보했다는 증명이라고 생각하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며 웃었다.

재정 운영은 당분간 확장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민선 5, 6기 때는 채무감축을 굉장히 신경 써서 약 7조5천억원 정도를 감축했는데 시민의 삶이 힘들어진 상황 속에서는 양적 확대를 할 수밖에 없다"며 "저성장, 실업률 증대, 저출생, 고령화라는 국가적 과제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항공 소유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 활용에 대해서는 정부가 매입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정부가 국세와 지방세 규모를 7대 3으로 해준다면 시가 이곳을 문화시설 등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대권 후보 명단에서 빠지지 않는 박 시장은 '차기'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여유를 보였다.

박 시장은 '잠룡으로 평가받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이른바 대권, 대선, 대통령이라는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며 "강력한 리더를 원하는 풍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21세기는 한 사람이 모두를 이끌고 가는 시대는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가장 강력한 경쟁자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한 차례 즉답을 피한 뒤 재차 질문을 받고서 "구태여 답한다면 자기 자신"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7일 페이스북에도 지난 8년을 돌아보는 글을 올리고 "모든 시정은 오직 시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다.

민선 5기 서울시장은 원래 오세훈 전 시장이었다. 2010년 당선된 오 전 시장은 이듬해 무상급식 논쟁 중 '주민투표 청구' 승부수를 던졌으나 투표율이 개표 기준에 미달해 사실상 패배하자 사표를 던졌다.

박 시장은 그해 10월 열린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취임했고 2014년 제6회,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시험대를 통과해 '3선 서울시장' 타이틀을 달았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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