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손정의 회장이 세번 강조한 AI, 뒤처지면 안된다

입력 2019-07-05 11:39
[연합시론] 손정의 회장이 세번 강조한 AI, 뒤처지면 안된다

(서울=연합뉴스) 일본의 최대 IT 투자기업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인공지능(AI)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는 "AI가 인류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말했다. 우리 재계 총수들, IT기업 대표들과 만나서도 AI와 5G 이동통신 등 IT산업과 관련해 상호투자와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는 모임 자리에 아예 승용차에 함께 탄 채 도착해 이동 중에 단둘이 깊은 얘기도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소프트뱅크와 야후재팬 등을 설립해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입지전적 인물이다. 2017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대만 등의 다국적 기업, 펀드 등과 함께 100조원 규모의 IT 벤처 투자펀드를 만들었다. 이 펀드는 미국의 차량공유 업체 우버테크놀로지와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 중국의 디디추싱(適適出行) 등 80개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손 회장의 AI 집중 발언이 주목을 받는 것은 그가 과거 김대중 대통령 당시에는 초고속 인터넷망 필요성을, 노무현 대통령 때는 온라인게임 산업 육성을 조언했다는 점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꼭 필요했던 투자로 평가된다. 우리나라는 이 산업을 집중 육성한 덕분에 지금 모바일인터넷 분야 세계 1위고, 게임산업도 강국이 돼 있다. 문 대통령이 이를 두고 "당시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고 감사를 표했을 정도다.

AI 기술은 지난 2016년 우리나라의 바둑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알파고가 일전을 겨루면서 많은 관심을 불러왔다. 하지만 관심만 많을 뿐, 우리의 관련 기술 수준은 이 분야 유수 기업들과 비교할 때 한참 뒤처진다. 구글, IBM,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바이두, 알리바바 등은 이 분야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닫고 뛰어들었다. 기술 적용 분야도 의료, 유전자 분석, 신약 개발, 금융 등 거침없이 확산되고 있다. 구글은 AI 선도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2014년 영국 기업 '디프마인드 테크놀로지'를 인수하며 그 지위를 확고히 했다. 이 회사가 알파고를 개발한 회사다. IBM도 의료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슈퍼컴퓨터 '왓슨' 등을 개발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디지털 개인비서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의 바이두 역시 자본력을 내세워 AI 산업에 진출한 뒤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AI 기술의 중요성을 부정하기는 힘들다. 우리도 뒤늦게 투자에 나선 모양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내년 문을 여는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전문대학원이 확보한 연구기금이 30억원이라고 한다. 실력 있는 교수 한 명의 수년간 연구비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수준이다. 미국 MIT 대학 AI 단과대 기금 1조1천억원과 비교하면 그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미래산업 경쟁에서 밀리면 불과 수년 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영향력이 쪼그라들 것은 분명하다. 일본의 경제보복 논란에서 보듯, 국민적 자긍심을 지키려면 실력이 담보되어야 한다. 미래산업 기술 발전을 위해 발 벗고 뛰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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