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에르도안 "美, F-35 공급 거부하면 강도나 마찬가지"

입력 2019-07-04 18:34
터키 에르도안 "美, F-35 공급 거부하면 강도나 마찬가지"

中 방문 마치며 언론에 밝혀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미국이 터키의 러시아 무기 도입을 이유로 F-35 전투기 공급을 거부한다면 이는 범죄나 마찬가지라고 터키 대통령이 지적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중국 방문을 마치며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분의 고객이 제때 비용을 지불했다면, 어떻게 여러분이 고객에게 물품을 주지 않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그것은 강도질이라 불릴 것"이라고 말했다고 일간 휘리예트 등 터키 언론이 4일(현지시간)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가 지금까지 F-35 전투기에 14억달러(약 1조6천억원)를 썼고, 미국에서 이미 4대가 출고돼 터키 측에 넘겨져 터키 조종사 훈련에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F-35 116대를 사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는 단지 수요자가 아니라 공동 생산자로서 부품 일부를 생산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터키가 이달 말까지 S-400 도입 계약을 철회하지 않으면 미국은 F-35 전투기 훈련을 받는 터키 조종사들을 방출하겠다고 최후통첩성 서한을 터키에 보냈다.

그러나 지난달 말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400 방공미사일을 둘러싼 문제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잘못이 아니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행정부의 책임이라고 말하며 터키에 유화적 태도를 보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양자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제재가 없을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말했다"고 밝혀, S-400을 둘러싼 양국 갈등이 해소되리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정상 외교 현장의 한층 누그러진 분위기와 달리 미국 정부는 제재 가능성을 거듭 경고했다.

미국 국무부의 한 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터키가 S-400 도입을 강행하면 매우 현실적이고 부정적인 결과를 맞닥뜨리게 된다고 미국은 일관되고 분명하게 밝혔다"고 말하면서, '부정적인 결과'로 F-35 공급·공동생산 중단과 '미국 적대세력 대항 제재에 관한 법률'(CAATSA)에 따른 제재를 꼽았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 마이크 앤드루스 공군 중령도 "S-400 방공미사일은 F-35 프로그램과 양립할 수 없다"면서 "터키가 그 둘을 동시에 갖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터키 정부는 최근 중국의 위구르 정책을 공개 비판했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관련 비판을 삼갔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양측의 민감성을 고려해 이 문제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는 수준에서 그쳤다.

다만 그는 "동(東)투르키스탄에 대표단을 보낼 수도 있다"며, 중국도 이에 부정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동투르키스탄은 인권활동가들이 신장(新疆)웨이우얼(웨이우얼) 자치구를 부르는 명칭이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