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상극' 소로스-코크, 미 외교혁신 싱크탱크 공동 설립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조지 소로스와 찰스 코크, 세계적 부호라는 공통점 외에 좌우 정치이념을 신봉하는 대척점에 위치한 인사들이 '놀라운 반전' 속에 워싱턴에 새로운 싱크탱크를 설립기로 의기투합했다.
지난달 30일 보스턴글로브는 좌·우파를 대표하는 이들 부호가 최근 미국 정계에 혁신적인 방향을 설정할 새로운 싱크탱크를 공동 설립기로 했다면서 이는 현대 미국 정치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협업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새로운 싱크탱크는 군사력이나 전쟁보다 외교를 통한 평화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면서 대부분의 주요 싱크탱크들이 신보수적 군사개입이나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워싱턴 현 상황에서 매우 '급진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글로브는 전망했다.
싱크탱크의 명칭은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을 위한 퀸시 연구소'로 미국 건국 초기 평화외교를 표방한 존 퀸시 애덤스 제6대 대통령의 이름을 딴 것이다.
외교관 출신의 애덤스 대통령은 평화외교뿐 아니라 후일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에 노예 해방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미국이 본래의 건국 이념인 평화외교로 회귀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헝가리 출신의 이민자로 금융투자자인 소로스는 진보와 자유주의 신봉자로 자신이 설립한 '열린 사회 재단'(OSF)을 통해 국제적 지원 활동을 펴고 있다.
미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8년 세계 최고 갑부 공동 9위에 오른 석유 재벌인 찰스·데이비드 코크 형제는 사상과 정부의 간섭을 배제하는 우파 이념을 신봉하면서 공화당을 비롯한 미국 내 우파 정치단체들을 후원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큰손 역할을 하면서 당과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오고 있으나 이념적 차이로 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미국 내 싱크탱크 가운데 최상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는 케이토(Cato)연구소는 코크 가문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것이다. 보수계 헤리티지 재단도 그의 지원을 받고 있다.
글로브는 소로스와 코크가 힘을 앞세운 미국보다는 '평화 애호 미국'의 비전을 부활시키기 위해 합심하고 나섰다면서 그들에 대한 일반의 신뢰도와 그들이 제공하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싱크탱크가 극한정책이 팽배한 워싱턴 정가에서 정치력을 촉구하는 장외 목소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 부호와 함께 싱크탱크 설립에 참여한 트리타 파르시 전(前) '이란-미국 전국위원회' 의장은 "끊임없는 전쟁을 끝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새 싱크탱크 설립을 통해 최소한 지난 4반세기 동안 없었던 방식으로 미 외교정책의 기반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 싱크탱크는 오는 9월 개원할 예정이며 소로스의 열린 사회 재단과 찰스 코크 재단이 초기 출범을 위해 각 50만 달러(약 6억원)를 출연했다. 이와 별도로 소수 개인이 80만 달러를 제공했다.
싱크탱크는 내년 중 연 350만 달러의 예산과 정책전문가들을 확보, 의회와 공공토론에 활용될 자료 등을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 수십년간 중국, 이란, 북한과의 협상 대안을 추구해온 수전 디마지오, 역사학자이자 논객인 스티븐 워테임, 반(反)군사주의자이자 작가인 퇴역 육군 대령 앤드루 바세비치 등 저명한 미국 외교 비판자들이 연구원으로 영입될 전망이다.
바세비치는 '퀸시 연구소'가 진보적이면서 반개입주의 보수주의자들을 영입해 새롭고도 덜 군사적인 정책 접근을 개발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로부터 미군의 철수, 이란과의 핵 협상 복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적대 정책 완화, 베네수엘라와 쿠바에 대한 '레짐체인지' 공작 종식, 그리고 국방비의 대폭 삭감 등을 옹호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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