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시력 저하…'뇌하수체 종양'이 원인일 수도"
강동경희대병원 "뇌하수체종양 534명 중 12.4%에서 시력저하 관찰"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갑자기 눈이 잘 보이지 않으면 눈 질환을 의심하기 마련이지만, 뇌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강자헌·김태기 교수팀은 뇌하수체에 종양(선종)에 생겨 병원을 찾은 534명의 주요 증상을 분석한 결과, 12.4%에서 시력저하가 관찰됐다고 1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안과학'(International Ophthalm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
뇌하수체는 직경 약 1.5㎝의 내분비기관으로 우리 몸에 중요한 여러 호르몬을 분비한다. 뇌 속에서도 시신경 부위(시신경교차)와 뇌의 한가운데가 만나는 곳에 있다.
이런 해부학적 위치 때문에 종양이 생겨서 커지면 가장 먼저 시신경교차 부위를 압박함으로써 시력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는 뇌하수체 종양으로 인한 주요 증상으로 두통(26.2%), 유즙분비·생리불순(17.0%), 말단비대증상(13.7%)에 이어 시력저하(12.4%)가 꼽혔다.
또 뇌하수체 종양으로 안과에 의뢰된 환자 중에는 뇌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결과, 54.4%에서 시신경교차 부위 압박이 관찰됐으며, 시야 정밀검사에서는 43%가 시야 이상으로 진단됐다. 특히 뇌하수체 종양의 부피가 증가할수록 시력저하 및 시야 결손 정도도 유의하게 나빠지는 경향을 보였다.
뇌하수체 종양 치료는 간단한 편이다. 보통 뇌종양이라고 하면 두개골을 열어 수술한다고 생각하지만, 뇌하수체는 콧속으로 내시경을 넣는 '내시경 뇌수술'로 흉터 없이 간단하게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
김태기 교수는 "시력저하를 이유로 안과를 방문했다가 뇌하수체 종양으로 진단받는 경우도 많은 편"이라며 "백내장이나 녹내장 등 시력이 떨어질 만한 다른 확실한 원인이 없는 경우 시야 정밀검사를 통해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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