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안 감독 "경찰야구단, 최선을 다한 팀으로 기억되길"
"경찰야구단의 14시즌, 한국 야구에 공헌하고자 힘썼다"
(고양=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우리가 저기로 나가서 인사드리자."
마지막 홈경기가 끝난 뒤, 유승안(63) 경찰야구단 감독은 선수들을 마운드 근처로 모았다.
평소에는 3루 홈 더그아웃에서 세리머니를 하지만, 이날만큼은 팬들에게 더 특별한 인사를 하고 싶었다.
경찰야구단 선수들과 유승안 감독은 30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 경찰야구장에서 열린 2019 KBO 퓨처스(2군)리그 번외경기에서 두산 베어스를 8-5로 꺾은 뒤 마운드 근처로 이동해 거수경례했다.
관중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고, "눈물 날 것 같다"는 말도 들렸다.
첫 번째 작별 의식을 마친 유승안 감독은 "팬들께 정말 감사하다. 경찰야구단은 스타가 아닌 유망주가 모인 곳인데 팬들께서 많이 격려해주셨다. 팬께서 건넨 커피 한 잔이 선수에게 큰 힘이 됐다"며 "여기에 오시는 팬은 경찰야구단이 필요한 이유를 아는 분이다. 그래서 더 고맙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의무경찰제도를 폐지하면서 경찰야구단은 해체 과정을 밟고 있다. 현재 뛰고 있는 11기 선수 20명이 8월 12일에 전역하면 팀을 해체한다.
올해도 선수가 부족해 퓨처스리그에서 번외로 48경기만 치르기로 했다. 7월 10일 서산 한화 이글스전이 경찰야구단의 마지막 경기다.
2009년부터 경찰야구단을 이끈 유 감독도 경찰야구장을 떠난다.
유 감독은 "2006년부터 퓨처스리그에서 뛴 경찰야구단이 한국 야구에 실제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 야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대의 변화 때문에 팀을 해체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며 "그래도 경찰야구단을 조금 더 유지하고 싶은 마음은 크다"라고 아쉬워했다.
경찰야구단의 해체는 피할 수 없다. 그래도 유 감독은 경찰야구단이 야구계와 팬들의 기억에 오래 살아남길 바랐다.
그는 "팬들이 염원하고 있으니 새로운 군(軍) 야구단이 탄생했으면 한다"며 "군 야구단이 탄생할 때 우리 경찰야구단이 '따라야 할 좋은 모델'로 떠올랐으면 한다. 경찰야구단 구성원 모두가 '열심히 한 야구인이자 경찰'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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